날씨: 어제 저녁에 별이 총총하더니만 아침에는 고인물이 얼었다.
오늘 부로 가원일지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시골에 내려온지 6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농사절기가 몸에 배지 않아 이웃이 뭘하나 기웃거리게 된다.
우선, 지난 해 콩을 수확하고 밭을 계단식으로 정리를 하고 겨울 밀을 심었다. 때가 좀 늦다보니 그리고 화학비료를 주질 않으니 밀이 건강해보이지 않는다. 겨우내 얼어죽은 밀도 많은 것 같다. 밀을 수확하는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녹비작물로 생각하고 씨앗을 심긴했다.
올해부터는 가원에 나무심기를 본격화했다. 3년 전인가 길이가 손가락만한 소나무 묘목 100여 그루를 심어놓은 게 내 허리는 찰 정도로 많이 자랐다. 그때 한 그루에 200원인가 주고 산 것같은데 벌써 이만큼 자란 걸 보니 역시 시간이 돈이다. 과거에는 사업을 한다고 시간과 싸움을 했다면 지금은 시간이 내 편이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할 것이다. 블루베리 10주를 3년 전 쯤에 만이천원 주고 샀는데 지금의 가치는 최소 다섯배는 할 것이란 생각이다.
올 봄들어 지금까지 심은 나무의 종류 및 수량;
- 사과나무:20그루(홍로,미야마후지,호노까, 알프스오토메): 처음 시골로 내려오면서 시장에서 대여섯 그루를 7천원인가 주고 사서 심었는데 나무가 제 기능을 못한다. 시장서 대중을 상대로 파는 묘목은 사지 않는 게 좋겠다. 그루당 만원은 넘어야 제대로 된 나무를 살 수 있다. 씨앗을 싹 틔워 묘목을 얻는 방법은 아직 현실적이지 않다. 아무리 좋은 사과의 씨앗을 받아 싹을 틔운다 해도 부모의 형질을 발휘하는 묘목을 얻기란 아주 드물단다. 그래서 대부분 접목을 한 묘목을 사서 심는다. 아나스타시아가 접목을 하지 말 것을 얘기하지만 긴 시간을 두고 현실화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잠정 결론이다.
- 보리수: 개량종 1그루, 야생의 것 2그루. 보리수 나무는 콩과 식물은 아니지만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단다. 질소를 고정하는 나무 중에는 아카시아나무, 오리나무과도 있다.
- 복숭아: 천도복숭아 3(3년전에 식재), 씨앗으로 키운 묘목 2년생 2개, 개복숭아 5섯 그루
- 토종밤: 2년 전에 토종밤 종자를 김치냉장고에 겨우내 넣어두었다가 땅에 뭍어놨는데 거의 100% 발아했다. 올해 키가 내 허리 정도로 자라 10여 그루 제자리에 옮겨 심었다. 지난 겨울 양파 자루에 밤알을 200개 정도 넣어 땅 속 50센티 지하에 뭍어놓았는데 며칠 전 파보니 하나도 없다. 들쥐인지 뭐가 다 어디로 훔쳐가고 단 한 알도 남은 게 없다. 자연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 어찌 그걸 알고 하나도 남겨두질 않았을까.
- 대추: 다섯 그루, 계란 만한 대추 종자를 사려고 했더니 "미친 병"이 잘 든단다. 그리고 우리 동네는 아직까지 얼음이 어는 추은 곳이라 얼지 않는 종자가 좋을 듯해서 보통의 것으로 심었다.
- 비타민 나무: 암수 각 한 그루씩. 이 나무는 암수가 없으면 씨앗을 맺지 못한다.
- 먹자두: 검은 색 자두, 속은 노릇한 초록색. 러시아 남부에서 엄청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충동 구매했다.
- 산사나무: 우리동네서 초롱이라 부르고 어려서 초겨울 따먹던 기억이 있다. 새큼한 게 맛있다. 기름도 얻을 수 있다.
- 노랑창포: 10개. 습한 땅이나 연못가에 심으면 엄청 잘 자라는 걸 보았다. 씨앗을 받아서 증식을 하면 될 듯하다. 씨앗이 꽤 비싸다.
- 잣나무: 3-4년 자라면 40센티 정도로 잘 자란다. 씨앗을 받아서 심어도 되고 잣나무 숲에서 어린 묘를 옮겨다 심으면 된다.
- 귀륭나무: 봄에 가장 먼저 녹음을 내뿜는다. 하얀 꽃이 피면 은은한 향이 죽여준다. 거목으로 자란다. 6그루 옮겨심었다.
그외, 산수유, 야생 으름나무, 야생 오미자나무 등을 지난해, 또는 올봄에 옮겨 심었다. 블루베리는 지난 해 삽목한 것 100개를 샀다. 내년에 밭으로 옮겨 심을 생각이다.
볍씨: 3일 전 미지근한 물에 종자소독액을 풀고 담갔다.
가원을 준비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묘목을 키워놓아야 비용을 줄이거나 원하는 묘목을 직집 얻을 수 있다.
아아, 그리고 귀한 나무를 심었는데 야생 목련이다. 개량 목련과 달리 꽃이 작고 더 예쁘다. 그리고 늦가을에는 씨앗송이가 포도송이처럼 달리는데 그 색깔이 진한 오랜지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푸른 잎과 보색을 이뤄 무척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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