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가원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haanbs 2012. 1. 19. 23:11

독자님들!

 

대한이가 놀러왔다 놀라 간다나 울고 간다나 하는 소한도 지나, 절기 상으로는  입춘도 코 앞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세요.

 

지난 해 늦가을 이화종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벽난로와 구들 역할을 동시에 하는 구들방이 있는데, 이 구들방을 직접 놓고 배울 수도 있는 자리가 있으니 내키면 한 번 와서 구경하라 했습니다.

 

지난 해 겨울 영하 25도를 넘나드는 한씨 가원에서 난로 하나로 겨울을 난 난처한 처지라 단숨에 원주까지 달려가 이화종 선생님이 놓는 벽난로 구들방을 거들었습니다. 이화종 선생님은 불의 원리를 깊게 터득하신 듯 했고, 말씀이 아주 분명하고 조리가 깊었습니다. 놓고 나니 나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하여 나도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화종 선생님이 이리저리 해라 하면 그대로 실행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하였으나, 막상 혼자 구상하고 진흙 개고, 벽돌 쌓고, 구들장을 2층이나 얹고 하는 일이 시키는 일처럼 쉽지는 안터만요. 한 2틀 고생하면 되겠지 하는 일이 날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래 늘어졌고 자신도 없어졌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이화종 선생님, 그리고 구들학교에서 같이 일한 분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해서 자문 받고 완성을 하긴 했습니다. 이렇게...

 

 

돔 하우스의 한 쪽 구석에 반달 모양의 침대를 닮은 구들입니다. 미장을 포함 마감 공사는 안 된 상태이긴 하지만 열효율은 아주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장작을 한아름 못 되게 때면 다음 날 저녁까지도 따끈따끈한 온기가 지속되고요, 그 온기는 뜨거운 물이 도는 보일러 난방 구들과는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있어요. 처음엔 뜨겁지 않은데, 일단 이불 속에만 들어가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속살까지 뜨거워져요. 난방 없이 침낭 속에 들어가 체온으로 살다가 구들 위에서 자자니 너무 뜨거워 다시 침낭으로 들어가길 몇 번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추운날에 좋진 좋데요, 벽난로 구들방이.

 

스스로 구들을 놓는다는 게 엄두가 안 날지는 몰라도... 사고를 치는 게 최고 빠른 방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구들을 놓으실 분들을 위하여 이화종 선생님께서 친절하시게도 책을 내셨어요.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라고. 한 번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도 담았답니다.

 

사고 치고, 따듯한 구들에 누워 월동 하시옵소서...  

 

아 그리고 이화종 선생님은 아나스타시아의 열렬한 팬이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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