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가원

승자 아니면 패자?

haanbs 2012. 4. 3. 22:12

승자 아니면 패자?


밤새 비가 내렸다. 봄비가 내렸다. 봄이라고 인사들을 나눈지가 오래돼서 봄비지 겨울 장마비라 해야겠다. 실제로 새벽녘이 되서는 아니 아침이 밝아서는 비가 눈으로 바뀌어 휘날리고 있었다. 바람은 왜 그리 세찬지...밖에 싸놓은 장작도 눈비에 젖었다. 쓸쓸하다. 3일째 불을 지피지 않았으니 실내가 쓸쓸하다. 불을 지펴야겠다. 겨울내내 불을 지피는데는 이력이 났다. 자연에 급작스레 되는 건 없다. 토마도 씨앗에서 열매가 열리지 않듯, 장작에 불도 성냥불 하나에서, 그보다 더 강한 밑불로 그보다 더 강한 밑불 순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쉽게 불이 붙는다. 쉽게?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벌써 10시. 그제 어제 옮겨심은 소나무가 강한 북풍에 흔들린다.옮겨 심어 뿌리가 튼튼히 지탱하니 못하니 지주를 세워 묶어줘야 살겠다. 바람에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강하게 그리고 차게 부는 바람. 피하고 싶다. 그렇게 또 한 시간여를 보낸다.  배가 슬슬 고파온다. 아침겸 점심을 먹어야겠다. 며칠 전 어머니는 귀에서 오는 현기증과 구토증을 고친다고 서울에 누이댁에 가셨다. 밥을 짓는다. 현미 한 종지에 쌀 두 종지.  여기에도 한 시안여 흘렀다. 마침 동네 친구 놈과 선배 형이 들이닦친다. 고구마를 찐다고 보니 상자의 고구마가 이상한 병에 걸렸는지 단순 썩는 것인지 딱딱히 마르면서 속은 썩은 듯 푸석거린다. 골라낸다. 씻어서 그릇에 담는다. 솥의 바닥에는 돌 자갈이 깔려있고 그 위에다 씻은 고구마를 담는다. 물을 붓지 않는다.  30여분 지나면 고구마가 익는 약간 타는 듯한 냄내가 난다. 그쯤되서 밥도 다 됐다. 아까 온 두 손님이 잠시 농협에 갔다 온다고 집을 나간다. 밥을 차린다. 냉장고에서 김치, 동김치 채썰어서 다시 무친것을 꺼낸다. 어제 구정 때 부친 부침개 똥그랑땡 등을 넣고 끓인 찌께를 데어 또 상에 올린다. 식사를 시작한다. 다 먹을 즈음 그 친구들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고구마를 대접한다. 목 마를까봐 오렌지도 3대 내놓는다.  고구마와 오랜지를 먹는다.  그리고 태래비를 켠다. 거기서 한참 눈을 떼지 않는다. 3시가 다 되간다. 선배는 어느새 누워 코를 골고 잔다. 난 약간 초조해진다. 교보문고서 온 책 주문 이거 우체국 가서 발송해야 하는데... 형 일어나 책 부치러 가야되. 일어선다. 그런데 친구들 집에들 안가고 나를 따라 나선다. 두 차로 갈 필요 뭐 있어. 트럭 타고 가면 되지. 내 트럭을 타고 적성 우체국으로 향한다.  책을 들고 우체국에 들어선다. 주문 받은 책을 상자에 넣어 포장하고 주소를 써서 테이프로 상자를 봉해서 직원에 건넨다. 기다린다. 돈을 낸다. 영수증을 받아서 우체국을 나왔다. 

내가 이젠 스마트폰을 사야겠다 했더니 두 친구가 핸드폰 가게 두르잔다. 마침 친구 아들이 하는 핸드폰 가게가 있다며. 삼성 갤럭시 폰이 마음에 들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마지막으로 서울서 살 때와 여기서 살때 차이가 있소 없소 내가 다그쳐 묻는다. 거의 없어요. 거의 없다면 있다는 소리요? 거의 없어요. 아아 그렇구나.

 가게 밖으로 나온 두 친사람들 .. 서울서 사는 게 나아. 서울 가서 사. 어떤 때는 10만원 차이도 나. 기분 좋게 내 트럭에 동승한다. 시동을 걸고 움직인다. 한 친구가 왈. 농협에 좀 둘렀다 가야되. 교통위반 딱지가 날아왔는데 한참 전에.. 안 냈더니 끈질기게도 날아오누만. 친구를 내려줬다.  집으로 다시 향한다. 두 번째 친구 왈. 가다 부동산 사무실이 있는데 잠깐 서. 가다 선다. 고기 잡는데 쓰는 밧데리와 뜰채를 싣는다.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는 내가 잽싸게 말했다. 그럼 잘 가자구. 

언덕에 있는 나의 소위 한씨가원에 올라왔다. 우리 개 복실이가 날 반긴다. 복실이는 조건 없이 나를 반긴다. 물론 내가 복실이를 안고 주무르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고 따땃한 말도 건넨다. 복실아 아빠 여기서 이거 한다 저거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넨다. 너는 여기 좀 기다려 하고. 내 딸아이한테 하듯히. 우리 개는 복실이다. 암컷이다. 언제나 늘 나를 반기는 놈은 이녀석이... 아니 유일한 놈일듯 싶다.

벌써 대여섯 시는 되었나보다. 바람이 세차고 추워서 뭘 잡아도 잡히지가 않는다. 일이 안된다. 이번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제7권 "삶의 에너지"를 초벌은 손으로 썼고 지금은 컴퓨터 활자로 옮기는 중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1권 작업할 때는 한 달 반에 모든 걸 마쳤는데...그 땐 산벗나무 아래 그 향기에 취해 번역에 열을 올리던 열기가 요새는  그 흥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일을 주섬주섬하다보니 그런가. 독자는 언제 7권이 나오냐고 독촉이다. 올 상반기에는 마쳐야 할텐데...

 

 

 

 

A winner or 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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