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세상-소녀를 행복하게 해줄 거에요.

haanbs 2008. 1. 1. 00:40

 

세상-소녀를 행복하게 해줄 거에요.

 

나는 조그만 나의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활기 있고 특별한 책을 읽을 줄 아는 아들, 그걸 내게 보여준 아들. 그 책 모두를 읽으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란 것을 난 이해하게 됐다. 게다가 모든 식물들의 이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왠지, 아들의 표현대로, 즐겁고 온갖 다양한 글자들로 쓰인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았다. 저 아이는 그 책을 읽을 것이다. 그 다음은? 다 커서는? 저 애는 말했다: << 아빠처럼 될 거야. >> 그렇다면 우리 세상으로 간다는 거다. 전쟁과 마약, 폭력과 썩은 물이 난무하는 세상으로. 왜 그리로 가야 하지? 왜 그리로 간다고 할까? 커서 우리 세상에 나가 뭔가 좋은 일을 할 생각일 것이다. 무슨 일일지 흥미롭다. 난 물었다:

 

- 볼로자, 너 어른이 되면, 어떤 일, 혹은 어떤 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 엄마 아나스타시아가 말했어요. 커서, 가장 먼저 중요한 일은 나는 세상-소녀 하나를 반드시 행복하게 해야 해요.

- 누구? 세상이라니, 소녀라니?

- 지구에 사는 소녀 아이 모두는 세상(우주, 삼라만상)을 닮은 거에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책을 읽고 또 읽으니까 이해했어요. 소녀는 누구나 세상을 닮았어요. 소녀 누구에게나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들어있어요. 세상-소녀는 누구나 행복해야 해요. 나도 그 중 한 명을 반드시 행복하게 해야 해요.

- 그럼 네가 어른이 되면, 그 계획을 어떻게 실천할 생각이지?

-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그 여자 아이를 찾을 거에요.

- 누구를?

- 여자 아이요.

- 그 아이는 아주 아름다워야겠지?

- 그걸 거에요. 하지만 슬픈 아이일 수도 있어요. 그 아이를 다 예쁘다고 여기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병에 걸려있을 수도 있어요. 아빠가 사는 그곳에서는 삶의 여건이 안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어요.

- 가장 예쁘고, 최고로 건강한 소녀가 아니라면 네가 왜?

- 저의 세상-소녀를 최고로 아름답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야 해요, 아빠.

- 어떻게? 하기야, 네가 어른이 될 즈음이면, 다른 사람, 네 소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겠다. 볼로자, 너는 아빠가 사는 세상을 아직 다 몰라. 어쩌면 네가 선택한 소녀가 너와 상대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요새 여자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 줄 아니? 모를 거야. 내가 말해주지. 멋진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건강한 사람, 환자 등 많아. 하지만 여자 아이들은 돈이 많고 좋은 자동차가 있는 사람에게 누구보다 관심을 두지. 옷을 잘 입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모두가 그런 거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래. 그런데 너는 어디서 큰 돈이 나지?

- 큰 돈이요? 그게 얼마나 되죠, 아빠?

- 예를 들자면, 백만 정도. 달라라면 더 좋지. 너 화폐단위 알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여러 가지 종이와 동전에 대해 엄마 아나스타시아가 말해줬어요. 그걸 주면 옷이며 음식, 그 외 여러 물건을 내준대요.  

- 그런데 돈은 어디서 나고? 동전을 얻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든 일을 해야 해. 아니, 그냥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큰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던가 뭔가를 발명해야 해. 볼로자, 네가 사람들한테 필요한 뭔가를, 꼭 있어야 할 것을 발명할 수 있겠니?

- 사람들한테 필요한 발명이 어떤 게 있을까요, 아빠?

- 어떤 거? 많지. 여러 곳에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고 있어. 전기 에너지가 부족해. 원자력 발전소는 짓기를 꺼리지. 폭발 위험이 있거든.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어.

- 원자력이요?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사람과 식물을 죽이는 거요?

- 방사(放射, radiation)에 대해서 알아?

- , 그건 사방에 있어요. 그건 에너지에요. 좋은 거에요. 필요해요. 많은 양을 한 군데 모아놓지 않으면 돼요. 할아버지가 방사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었어요. 그런데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해주면 안 돼요. 좋은 방사를 다른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 그래, 얘기 하지 않는 편이 나아. 네가 정말 무언가를 발명해서 네 소녀를 위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구나.

- 아마 그럴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아요.

- 그럼 네 생각에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뭐지?

- 내가 손수 짓는 공간이요.

 

난 내 아들이 청년이 되는 걸 상상했다. 독특한 것과 다양한 상황을 알고 있어도 순진한 아이. 방사능을 다룰 줄 알아도 우리 생활의 간계에 대해서는 어쨌거나 순진한 아이. 그런 아이가 자기 짝-소녀를 찾으러 간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 애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티가 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나스타시아가 타이가에서 사람들한테 나올 때에는 항상 그랬다. 표가 안 나도록 하겠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애는 준비한다. 엄청난 지식을 소화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 한다. 이 모두가 어느 한 소녀를 위해서란 말인가. 나는 아나스타시아가 큰 일을 위해 아이를 교육하고 또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전해주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의 일생에서 최고 주가 되는 일이 그깟 여자 한 명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니. 여자는 누구나 다 온 우주의 닮은 꼴이라고 내 아들은 확신하고 있다. 그게 정말 사실일까? 독특한 철학이다. 어쨌거나 내 아들은 이걸 확신한다. 그 애는 자기도 아직 모르는 고작 어느 한 소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자기 삶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그 여자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거나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어떤 여자 아이도 내 아들을 원치 않거나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 애가 소녀의 원을 들어주며 돈을 벌어다 주면 처음에는 사랑하는 척 할지도 모른다. 우리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얼마나 많은가! 돈이라면 노인한테도 얼른 시집을 간다. 여자들은 사랑을 흉내 내는 것을 배웠으니까.

내 아들이 커서 그런 여자를 만나 그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면 그 여자는 저 애를 사랑한다 말하겠지. 그런데 저 애가 사랑의 공간을, 동산을 지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조롱할까? 정상인이 아니라 할까, 아니면 이해할까?  이해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다를 수도 아니야, 나쁜 일을 미리 주의시켜놓는 게 좋겠어.

- 볼로자, 이거 아니? 네가 그 소녀를 찾아서, 건강하고 아름답고 또 네 말대로 최고로 아름답게 해주어도, 네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벌어질 수도 있어. 우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은 의상 모델이나 배우가 되고 싶어해, 쇼 비즈니스로 나가려고 하지. 이런 여자들은 주변의 사람들이 칭찬해주면 좋아해. 생각해봐, 그 여자 아이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여왕처럼 반짝이고 싶은데, 너는 그 애한테 사랑의 공간을 짓자고 해봐. 그 애는 네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그뿐이야. 널 버리고 많은 불빛과 칭찬 그리고 박수가 있는 곳으로 떠나면, 그럼 너는 뭐야, 아기라도 남기고 가면 그럼 너는 어쩌냐고?

 

볼로자는 조금도 주저 없이 대답했다:

 

- 그러면 나 혼자 공간을 지을 거에요. 혼자 짓다가 나중에는 그 여자가 남겨두고 간 아이와 함께 할 거에요. 우리는 이 공간에 사랑을 간직할 거에요.

- 누굴 위해서 간직해?

- 자신을 위해서요, 아빠. 아빠 말씀대로 인공의 불빛을 찾아 떠난 소녀를 위해서요.

- 뭣 때문에 네가 그 여자를 위해서 사랑의 공간을 짓고 보존해야 하는데? 거 봐라. 너는 이런 문제에서 너무 순진해. 다른 여자를 찾아야 해. 그 때에는 좀더 신중해야 하고.

- 다른 여자를 찾아야 한다면, 떠난 소녀는 누가 행복하게 해주죠?

- 하고 싶은 사람이 하라지. 네가 그 여자 때문에 골치 아플 이유가 없잖아. 떠났으면 그만이지.

- 그 소녀는 돌아와요. 돌아와서 훌륭한 숲과 동산을 보게 될 거에요. 모든 짐승들이 그녀의 말을 따르고 봉사하도록 내가 할 거에요. 그녀는 피곤한 몸으로 돌아올 거에요. 깨끗한 물로 씻고 휴식을 취하게 할 거에요. 더 아름다워지고 더 이상 자기의 사랑의 공간을 버리지 않을 거에요. 우리의 공간을요. 그녀는 행복해질 거에요. 그녀 위의 별들이 더 밝고 행복해질 거에요. 하지만 아빠. 아빠가 생각으로 그녀가 떠나야만 하는 그런 상황을 생산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떠나지 않았을 거에요.

- 내가? 내가 생산했다고?

- 그래요, 아빠. 그렇게 말한 건 아빠니까요. 아빠 생각이에요. 사람은 생각으로 여러 상황을 지어요. 아빠도 지은 거에요.

- 하지만 너, 너의 생각, 그것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단 말이냐? 내 생각과 싸우면 되지? 네가 말했잖아. 네 생각은 아나스타시아처럼 빠르다고.

- 싸울 수도 있어요.

- 그럼 싸워.

- 난 내 생각과 아빠의 생각이 싸우는 게 싫어요, 아빠. 다른 방도를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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