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시베리아 타이가에 삽니다. 외톨이 삶의 양식을 따르고요. 그녀의 이름은 아나스타시아, 선생 아들은 볼로쟈[1]라고 합니다. 그리고 선생은 블라지미르 니콜라예비치. 난 선생을 알아보았소. 선생의 책을 읽었지요. 그것도 여러 번.
- 그래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는 안절부절 사무실을 서성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허허… 이거 참… 이게 진정 선생이란 말이오? 난 알아보았지. 하나만 묻겠소. 답해주세요. 내겐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학문을 위하여… 아니, 대답하지 않아도 되요. 내 스스로 말해볼게요. 이제 좀 알 것같소… 확신컨대, 선생은 아나스타시아와 만남 이후 지속적으로 심리학, 철학 공부에 열심이었습니다. 육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지요, 맞죠?
- 그래요.
- 하지만 <<똑똑한>> 책들과 기사 글들을 읽고 도달한 결론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그래서 선생은 자신 내부에서 답을 찾기 시작한 거죠. 다시 말해서 자라나는 세대에 대해서, 아이들 훈육에 대해서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죠?
- 아마 그럴 거에요. 하지만 아들 생각이 더 많았지요.
- 그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지요. 선생은 혼자 하다 하다 안되니까 절 찾아왔지만 답을 얻을 거란 기대는 많지 않아요. 저한테서 답을 얻지 못해도 계속 노력을 할겁니다.
- 아마 그럴 거에요.
- 거참… 놀랍군요.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이름을 선생께 말씀드리지요.
- 그게 누구죠, 어떻게 하면 그 분을 만나 뵐 수 있죠?
- 그 사람은 당신의 아나스타시아입니다, 블라지미르 니콜라예비치.
- 아나스타시아라구요? 그녀는 최근 아이들 보육에 대해서는 거의 말한 게 없어요. 내가 아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한 것도 바로 그녀에요.
- 물론 그렇지요. 그녀가 그랬지요.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논리적인 설명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놀라운 행동이에요. 사랑에 빠진 여인이 앞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한테 아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선언을 합니다. 전례가 없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그 결과는!... 대단한 결과에요! 결국 그녀는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아니 이 표현은 상황에 적절하지 못해요. 아나스타시아는 결국, 표현이 이래서 죄송합니다만, 소양이 깊지 않은 사업가가 심리학, 철학,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거에요. 선생은 내내 그 생각을 했죠. 선생께서 저를 찾아왔다는 사실, 그게 바로 증거입니다. 그녀는 줄곧 홀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동시에 선생도 키운 것이죠. 그녀는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한 것입니다.
- 아이를 홀로 키웠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를 키웠다는 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도 않아요. 만난다 해도 짧을 뿐이죠.
- 선생의 표현대로, 그 짧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때에 그녀가 주는 정보는 선생이 지금 이 순간까지 심사 숙고하게 만듭니다. 놀라운 정보입니다. 블라지미르 니콜라예비치, 선생은 아나스타시아가 자녀 훈육에 대해 별로 말이 없다고 하셨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는 얼른 탁자로 다가가서 상자에서 두꺼운 잿빛 공책을 꺼내 쓰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 저는 선생의 책에 적혀있는 자녀의 출생 및 육아에 대한 아나스타시아의 말 모두를 일정순서에 따라 베껴놓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줄거리는 빼고요. 하기야 전체 문맥에서 인용구만을 따로 떼어 놓는다는 게 잘 하는 일이 못될 수도 있지마는요. 이야기 줄거리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나스타시아의 말에는 위대한 철학적 의미, 고대문화의 지혜가 숨어있어요. 저는 그런 뜻과 지혜가 수백만 년 된 고대의 어떤 책에 쓰여있을 거라고 어림잡고 있어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나스타시아의 말은, 고대 필사본들과 현대 학자들의 역작에 기술되어있는 중요한 사상을 표현함에 있어 놀랍도록 심오하고도 정확합니다. 제가 인간의 탄생 및 교육에 대한 것 모두를 베껴 놓고 보니, 세상의 어느 것도 견줄 것이 없는 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것에 근거하여 수많은 논문이 쓰여질 것이고, 학위가 수여될 것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발견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데에 있습니다. 지구상에는 새로운 인종, <<사람>>이라는 새로운 인종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사람이야 지금도 존재하는 걸요.
- 미래의 견지에서 보자면, 사람의 존재 사실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찌 그럴 수 있죠? 선생과 나는 지금 이렇게 존재합니다. 우리의 존재를 어찌 의심할 수 있다 말입니까?
- 우리의 몸이 존재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걸 <<인간>>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미래의 사람은 지금의 우리와 개체의 내용물, 심리상태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 차이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죠. 오늘날의 사람을 <<어떤 어떤 시대의 사람>>이라 테두리를 지어 부를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미래에 태어날 사람들을 달리 부를 수도 있고요.
- 진짜 그리 심각합니까?
- 심각하기도 하고, 의심의 여지도 없습니다. 선생은 아동교육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디 말해보시죠, 아동교육은 어느 시기부터 시작되지요?
- 한 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 거 보세요. 잘해야 한 살부터 입니다. 아나스타시아는 그 이전부터 사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라고 선생은 이제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아나스타시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전부터 부모는 미래의 아이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합니다. 아나스타시아는 지금 존재하거나 과거 어느 한 때 존재했던 그 어떤 심리학자보다 더 위에 있습니다. 그녀의 말은 무게가 있고, 그것은 또한 성장, 육아의 전 기간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잉태 전, 잉태, 뱃속, 기타의 기간을 말입니다.
과거의 어떤 현자도, 현대의 어떤 과학자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주제를 그녀는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온전한 사람을 낳거나 보육할 수 없음을 그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 전 그런 기억 없는데요. 저는 “기간”에 대해 쓴 바 없습니다.
- 선생은 일어나는 일을 본대로 적은 것이지요. 당신이 그렇게 책을 쓰리라고 아나스타시아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아나스타시아는 스스로 일들을 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위대한 학술서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려 나온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으로 당신의 책을 지은 거에요. 사람들에게 값으로 메길 수 없는, 소중한 지식을 나눠주면서요.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걸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 크게 감동하지만, 감동의 원인을 다 인식하지는 못합니다. 독자들은 전에 알지 못하던 정보를 무의식 차원에서 읽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의식 수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그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이건 사람의 출생에 대한 아나스타시아 이야기의 요약입니다. 저는 동료와 함께 이걸 철저히 분석하고 주석을 달았습니다. 그 동료는 의학박사이며 성(性)임상학자이며 옆 방에서 환자를 받고 있지요. 우리는 실험을 행했고 상황을 분석해보았습니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는 공책을 펼치더니 약간 긴장이 되는 듯 엄숙하게 읽어내려 갔다:
- 시작은… 잉태 전(前) 시기입니다. 현대로부터 멀지 않은 과거와 현대에, 이 기간은 아동보육의 한 측면으로 검토되지 않습니다. 지구 혹은 삼라만상의 한 없는 어는 공간에, 남녀관계가 현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완벽한 문화를 이룬 문명이 과거에 존재했거나 현재 존재한다는 것을 오늘날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잉태 전(前) 기간은 인간의 보육에 있어 중요한 일부이거나 기본일지도 모릅니다.
아나스타시아는 미지(未知)의 문명의 풍속을 따라, 아이를 잉태하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합니다. 그녀는 선생의 성적욕구를 좀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제1권에 묘사된 사건으로 볼 때, 심리학자인 저는 이점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순서를 다시 한 번 열거해보겠습니다.
선생은 아나스타시아와 함께 타이가를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음식에 코냑을 마십니다. 아나스타시아는 선생이 권하는 음식과 술에 입을 대지 않습니다. 그녀는 겉옷을 벗고 풀밭에 눕습니다. 선생은 그녀의 자연미에 놀라고 황홀한 여자의 몸에 취해 갖고 싶은 자연스런 욕구가 발합니다. 선생은 성적 흥분이 고조된 상태에서 그녀를 가까이 안으려 합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지요.
그녀가 어떻게 해서 선생이 의식을 잃었는지는 깊이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이후 선생은 아나스타시아를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선생 스스로도 이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생의 말을 베껴놓았습니다. <<내겐 생각조차 없었다…>>
- 그래요. 그때의 일 이후 제겐 아나스타시아에 대해 성적욕구가 발하지 않았습니다.
- 두 번째는 아이를 잉태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땅굴에서의 편안한 밤. 마른 풀과 꽃의 향기. 그렇지만 선생은 타이가에서 혼자 밤을 난다는 게 낯섭니다. 그래서 아나스타시아에게 곁에 누우라 합니다. 그녀가 곁에 있으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생은 알고 있었죠. 그녀는 곁에 눕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주 친밀한 분위기에서, 젊고 너무도 아름답고 훌륭한 여체가 선생 곁에 자리를 함께하게 됩니다. 그 몸은 또한 건강을 발산하고 있었지요. 선생이 전에 보아왔던 다른 많은 여자들과 달리 아나스타시아의 몸에는 그야말로 건강이 넘쳐 흐릅니다. 선생은 아나스타시아의 숨의 향기를 느낍니다. 그런데 선생한테서는 성적욕구가 동하지 않습니다. 선생한테서 쫓겨나고 없는 것이죠. 공간은 다른 심적인 상태, 핏줄을 이으려는 열의로 정화되어있습니다. 선생은 아들 생각을 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들을. 선생이 책에 적어놓은 문장입니다: << 내 아들이 아나스타시아한테서 태어나면 좋을 거야. 아나스타시아는 정말 건강한 여자야. 그러니 아들도 건강하고 잘 생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