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러시아 여행소감2

haanbs 2010. 1. 1. 21:12


이젠 한층 가뿐한 마음으로 노보시비르스크로 향한다.

"노보"란 새로운이란 뜻이고 "시비르스크"는 시베리아란 단어에서 어간만 약간 바꾼 말이다. "새 시베리아도시"란 뜻 쯤 되겠다.


사각사각 뽀드득 뽀드득 거리는 소리는 내 발자국 밑에서도 들려왔지만, 공기 중에서도 들려오는 듯 했다. 비행기 내에서 알리는 "새시베리아도시"의 현재 기온은 영하 35도. 끼약... 내 모스크바에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영하 35도는 맛보지 못했다. 과연 도대체 얼마나 추운게 영하 35도일까. "새시베리아도시" 공항에서 수속절차도 없이 걸어나오니, 아나스타시아의 저자 메그레, 그 분의 친딸 뽈리나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운 웃음으로 한 가득 내게 다가온다. 그의 남편 세르게이도 보인다.


책에서 읽을 때 갖은 메그레의 딸 뽈리나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레스토랑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그녀는 이제 두 딸의 엄마다. 나이는 서른 넷. 아나스타시아 나이도 이쯤 되려나? 뽈리나는 큼직한 눈에 하나도 감춤이 없는 눈빛을 가졌다. 세르게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러시아 사람"이란 틀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다. 생긴 외모는 매끈한 서유럽 남자들의 냉냉함과는 담을 쌓은지 오래이고, 호텔 수속을 하는데 자기가 이곳에서의 비용은 전부 다 부담을 할 것이니 걱정을 마란다. 러시아적 아니 우리네 냄새가 진하다. 눈매에는 짖굿은 장난기와 직선적인,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약간은 거칠어보이는 성격이 잘 섞여있다. 식사 중에 두 사람의 딸 니나가 나타났다. 나이는 열다섯. 훌쩍 커버린 키. 빠알간 잎술. 시베리아 인형이다. 내 딸 지윤이가 생각났다. 러시아 있을 적 이름은 유나. 우리가 지윤아 지윤아 하고 부리니 유치원 사람들 듣기에 "유나"라고 들린 모양이다. 그 이후로 유나, 더 이쁘게 부를 때는 유노츠카 하는 식으로 부른다.
니나Nina는 자기 아버지 얼굴에 이마를 닿을 정도로 가까이하고 무언가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의 눈은 살아있고 서로를 직시하는 눈매에서는 미소와 사랑이 넘쳐흐른다.


내가 왈:
-니나가 아빠를 많이 좋아하나보네. 니나가 누굴 닮았다고들 하지요, 엄마 아니면 아빠?


뽈리나가 말을 받는다.
-아내가 남편을 아주 많이 사랑하면 아이가 남편을 닮는다고 해요.


니나는 아빠 세르게이의 눈가를 여성적으로 예쁘게 빼닮은 게 보였다.

 

아참, 영하 35도 추위는 종이호랑이인가보다. 뽀드득할만한 상쾌함, 피부에 주는 짜릿함, 그리고 공기 중에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앗싸리함 때문인지 그냥 좋기만했다.
그런데 조심할 것! 이 좋은 느낌은 몇 분안에 생명을 다하는 눈알갱이와 같고 그 후에는 혹독한 시베리아의 추위가 당신을 업습한다는 것을!!!

 

 

원색의 추위.

 

 

 뽈리나, 나, 잣제품 배경

 

 

세르게이, 시베리아 잣나무

 

 

타이가, 시베리아 잣나무, 그리고 나

 

 

시베리아 잣나무(나무꼭대기가 둥근 것이 잣나무의 특징), 뾰족한 것은 시베리아 전나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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