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家園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

haanbs 2007. 2. 11. 01:23

 아래 글은 삼성경제연구원(www.seri.org) 사이버연구회에 채택되어 협의되던 건입니다. 기획하던 결과가 없어서 폐쇄하긴 했지만 일독하시길...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

 

 

 

1. 들어가는 말

 

무릇, 나랏님도 가난을 구제하지 못한다 했다.

 

우리 농민의 가난을 나랏님은 구제할 수 없다.

 

農者天下之大本也'라 했으니 나랏님은 삼백여만 농민 문제를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에 우리 농정의 애로가 있다.

 

농림부의 향후 10년간 대농민 예산은 119조원이다.[1]

 

이 돈이 들어간 10년 후 우리 농촌의 모습은 어떨까? 정희 대통령은 내 어릴 적 기억으로 1984년에는 우리집에도 자가용 헬리콥터가 있을 거라 했다. 농민신문 연재 만화에는 자가용 타고 온 도시사람 위에 헬기 탄 농민의 웃는 얼굴이 그려졌다. 확실한 꿈이 있었다.

 

지금 농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머리에는 어떤 그림이 들어 있을까? 농림부장관은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FTA, IT니 하는 돈 우선 세상에서 우리 농촌이 살아날 희망이 있을까?

 

없다.

 

미국이나 호주 혹은 캐나다는 안 가봐서 몰라도 러시아의 넓은 들, 정말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드넓은 땅! 보지 않으면 실감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농정은 크게 세가지 방향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나는 표밭인 농민을 외면하기 어려워 각종 지원금을 눈 감고 나눠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벼나 일반 작물로는 돈벌이가 어려우니 특용작물로 전환토록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하나 더 늘어서 작은 소농을 죽이고 거기서 나는 땅을 규모화란 계획하에 좀 더 큰 농사꾼에 몰아주는 것이다.

 

이 세가지 중 첫째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안은 미국,중국, 호주 그리고 일어날 러시아의 규모농을 볼 때 조삼모사 해결방안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집도 안 오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만 살다 보니 아이 날 젊은 이가 없는 시골, 학교가 폐교된 지 오래라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우리 농촌은 과연 희망이 있나?

 

있다.

 

2. 현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은 민통선 마을이었다. 내가 학교 다닌 전성기 때에는 고랑포국민학교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한 반에 약 35명의 전교생 200여명이 힘차게 뛰어 놀았다. 지금은 학생이 없어 폐교된 지 오래다.

 

마을에는 생산이 가능한 젊은 부부들이 없다. 노인네들뿐이다. 창의는 없고 과거 세대의 타성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면에는 전체 600ha의 농지가 있다는 통계인데, 그 중 논은 이제 시골서도 천덕꾸러기 신세라 인삼이란 특용작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인삼은 6년을 자라야 하는데 그 오랜 기간 동안 농약 세례를 톡톡히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본전을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

 

동네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 야산들은 머리를 참수당하거나 허리를 푹푹 깎이고 있다. 외지 사람들이 와서 자리 좋은 곳을 차지한다며 개발하는 전원주택 단지란다.

 

막막한 현실이다.

 

3. 자본주의와 우리나라의 농업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수출을 해야 먹고 산다. 원료를 사다가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서 되팔아야 하는 운명이다. 수출품은 따라서 공산품이나 가공품이 주를 이루고 무형재산의 수출액은 미미하다. 농산품의 수출액도 미미할 수 밖에 없다.

 

FTA라는 자유무역협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쌀 수입을 막겠다고 해놓고선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입을 싹 씻었다. 정부는 농민을 의식하여 각종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농사를 짓지 말라고 주는 돈도 있다. 딱 까놓고 얘기하자면 농사는 안되니까 그만 짓고 괴롭히지 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정부가 내놓은 2013년까지 대농민 예산은 119조원이 넘는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 대부분의 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없어지고 만다. 재미없는 장사인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농민들도 정부만 쳐다보고 언제 돈주나 불쌍한 척 목을 길게 빼고만 있을 수도 없다. 사실, 농사만큼 정부에서 돈을 쉽게 주는 분야도 없다. 쌀 시장 절대불가라고 목소리 크게 외쳐대지만, 우리 아버지도 쌀 농사짓다 돌아가셨지만, 정말로 절대불가인가? 세상에 절대란 게 어디 존재하는가? 서로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다면 주고 받아야 하는 게 세상 도리 아닌가? 홍콩 바다에 뛰어들어 무엇을 얻었는가? 농사짓기 어렵다고 삼성 다니는 아들 딸 핸드폰 못 만들게 할 것인가?

 

농산물 시장 절대 불가를 외치는 밑바닥에는 농사는 수입농산물과 경쟁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자본화, 규모화, 상품화, 체계화된 미국, 호주의 농산물을 이길 수는 없다. 바로 이웃집 중국의 김치배추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무리 영농을 규모화해봤자 미국 농가 평균 198ha(1ha는 약 3천평)의 넓은 땅을 가질 수 있나?

 

우리 농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은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는데 있다. 손에 쥐는 현금의 양을 포기하는데 있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4. 농촌의 가치

 

나는 한 3 천평의 시골땅이 있으면 멋진 家園을 가꾸겠다.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무딸기가 열매를 맺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家園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와 우리 자손에 먹을 양식과 고기와 과일을 선사할 것이다. 채마밭에서는 고추며 오이 토마토가 자라 우리가족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나의 딸 지윤이는 아토피가 심했었다. 러시아 볼고그라드란 지방도시에 가서 볼가강에서 수영하고 뜨거운 백사장에서 살 태우고 내가 발라준 애호박 진액(아무 근거 없이 한 것이니 따라 하지 말기 바람)을 바르고 3달 만에 씻은 듯 낫다. 서울에 돌아와서 다시 원상복구되었다. 나쁜 쪽으로. 지윤이와 특히 그의 오빠는 인테넷 게임에 빠져있다. 안타깝다. 안타깝지만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10년이 지난 내가 사는 家園은 우리 동네서 보기 좋을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대대손손의 근거지가 될 것이다. 옆집 사는 덕조네도 따라 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집이 결국 우리 마을을 이룰 것이다. 폐교된 학교는 다시 살고 도시 사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5. 계란이 먼저, 달걀이 먼저?

 

지금이라도 흙으로, 고향으로, 귀농하고 싶은 사람은 결코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통계수치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누구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농촌으로 돌아갈 사람은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붙들고 있나? 땅이다.

 

돌아갈 땅이 없다. 그런데 시골엔 농사질 사람이 없단다. 노인들만이 남아서 자기 땅을 다 남한테 빌려주고 있다. 토지은행은 이런 땅을 모아서 최대 임대기간 5년으로 땅을 빌려주고있다. 소위 규모농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 규모농에도 계속 돈을 퍼부어야 할 것이다. 계속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6. 생각해볼만한 대안

 

 

家園을 갖도록 추진해 볼만하다. 귀농코자하는 사람한테 3천평 정도의 땅을 정부가 영구임대해 주는 것이다. 소유권은 정부가 갖는다. 부동산투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땅을 임대받은 사람은 家園의 용도에 맞게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꾼다. 정부의 개인에 대한 지원은 땅을 임대해주는 것으로 끝난다.

 

家園은 한 가족이 대대손손 뿌리를 박고 정착할 곳이므로, 자기 가족이 먹고 살 농산물을 재배할 곳이므로 농약이나 공해의 피해 없이 스스로 성장할 것이다. 자연이 되살아나고 家園이 여럿 모이면 마을을 이루고 잉여생산물을 공동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그렇게나 부족한 믿음, 신뢰를 家園은 쉽게 회복할 것이다.

 

정부의 똑똑한 농정에 기댈 수만은 없다. 정부는 정부라는 특성상 나 개인보다 현명하게 나를 돕지 못한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다. 소통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나 한 목소리가 블로그란 파도를 타고 삽시간에 세상이란 호수에 번진다. 소재지로부터 자유로운 직종의 사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은 먼지, 소음 공해가 심한 도시에 머물 필요가 없다.

 

자연은 내게 당장 현금을 왕창 쥐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는 돈으로 자라지 않는다. 대도시서 쫒기는 생활은 나를 부유하게 만들지 않는다. 10년 정도의 길고 넓은 시각으로 보면 도시 생활보다 家園에서의 생활이 훨씬 풍요롭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

 

 

* 통계청 발표, '2005 농림어업 총조사 잠정집계 결과

농업인구: 3433000(1273000가구, 전체 인구 중 농가인구 비중은 7.3%)

총 경지면적:1511000(농가당 경지면적은 1.19)

 

* 러시아 소농(Russian Dacha)

러시아 소농이 시사하는 점이 많다. 통계치를 간략히 인용해본다.

 

러시아 전체 농업생산량 중 다차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

-----------------------

* 92% 감자

* 87% 야채

* 77% 딸기, 열매류

* 60% 육류

* 49% 우유

* 사냥, 채집, 낚시 외

------------------------

 

인구, 토지, 생산

------------------------

50% 도시인이 다차 소유

35백만 가구(전체 인구의 70%)

8백만 Ha 경지면적

총 러시아 농업생산의 40%

2차 세계대전후 식량난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이지만 제한적 허용

------------------------

 



[1] “정부는 농업의 지속적 발전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농가의 안정적 소득제고를 위한 기본 틀을 담은 농업·농촌종합대책과 119조원 투융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황민영)

 

'가원家園'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나스타시야 벌통의 기적 아니면 생 고생?  (0) 2007.04.16
넓은 아량  (0) 2007.03.13
가원家園 갖기  (0) 2007.02.08
다차 Dacha - 시골집  (0) 2007.01.30
가원家園  (0) 200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