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家園

야생 토종벌

haanbs 2012. 4. 8. 18:27

 

올 봄은 유난히 늦은 감이 있다. 오늘이 4월 하고도 8일. 아직도 아침마다 고인 물이 얼고 땅이 언다. 시골서 농사를 짓다보니 달력을 보는 일은 점점 드물어진다. 굳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몇 일이야 따져야 할 일이 없으니까. 대신 계절에 대해서는 예민해진다. 감자를 심어야 하는데 올해는 너무 늦다, 고로쇠나무 수액이 올해는 왜 안 나오지? 늦은 봄 때문인가 등등...

 

벌을 친다고는 할 수 없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기 시작한 이후 그 동안 몰랐던 놀라운 일들이 많다. 여기서 퀴즈! 꿀벌이 겨울에 날아다닐까요, 아닐까요?

겨울에 볕이 좋은 날이면 꿀벌이 겨울 비행을 한다. 내가 직접 보았다. 양봉꾼들은 벌이 추울새라 벌통을 꽁꽁 싸매지만 벌은 추위보다는 음식(꿀)이 모자라 아사하는 경우가 더 많단다.

 

바람불고 추운 요즘 날씨에 며칠 전에는 뒷동산에 올랐다. 작년에 봐둔 야생의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참나무 아카시아나무 그늘에서도 열매를 맺어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그게 생각났다. 밑둥이 한아름이 넘는 귀룽나무를 지나 덤불을 헤치고 자작나무 숲을 지났다. 작년에 아카시아 거목이 있었는데 지난 겨울 이웃 아저씨가 땔감으로 베어간 자리가 역력하다.좀 안타깝다. 40여년은 자란 아카시아나무가 지금부터 얼마 안 있으면 꽃을 피우고 꿀벌은 꽃에서 꿀을 모을텐데... 장작의 값을 꿀과 꽃이 주는 향기 그외의 여러가지 것들과 바꿀 수 있을까? 이 아저씨는 내 고향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베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도 어렵고 또 군청에 가서 고발을 하기도 그렇다. 이런 심중에 벌들이 보였다. 토종벌이다. 잠시 햇볕이 따스한 틈을 타 활발이 움직인다. 뒷발에는 꽃가루를 붙이고 급히 벌집 안으로 날아든다.

 

잠시 생각해 보니, 이건 완전 대사건이다. 내가 야생의 토종벌집을 발견한 거다. 태어나 살다가 다시 세상에 날 때까지 몇이나 이런 행운을 누려볼까. 진짜 복권에 당첨되기보더 더 희박한 확율의 사건이다. 구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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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살아있는 아카시아나무의 밑둥, 그 밑둥에 야릇하게 생긴 구멍, 구멍은 어린 아이의 손이 들어갈만큼 좁지않다.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났을까? 바람이 드나들었을텐데... 사진에서 구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집이 보이고 위쪽에 둥근모양으로 달라붙은 까마잡잡한 토종벌이 보인다. 지금은 꿀이 있어도 별로 없을 것이고 좀 지나야 꿀을 모을 거다. 소위 목청이라 하는 야생꿀이겠다.

 

여기서 분봉이 나오면 잡아서 치고싶다. 건강한 벌 가족을 이루겠지. 아나스타시아가 설계한 벌집을 그대로 만들어보았는데 우리 실정에는 약간 안 맞는다. 구멍이 커서 장수말벌이 맘대로 드나든다. 장수말벌의 대가리보다 작게 구멍을 내서 벌을 보호해야 하나? 하기야 사진의 야생 벌집을 보면 장수말벌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떼로 드나들겠다. 그런데 어떻게 이 벌집은 건재할 수 있지? 보호장치 보호메커니즘이 있나보지? 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미묘한 게 많다. 아니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벌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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