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선이여... 계속

haanbs 2007. 8. 29. 22:13

- 그런데 폭발은 그걸 폭파시키려면 접속을 연결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안전장치, 비밀번호 등등이 있거든

- 아빠, 다샤는 접속을 그렇게 다 붙여보는 거야. 그러다 접속이 이루어져. 전에는 한 15분쯤 오랫동안 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일 분이면 돼.

- 전이라니?

- , 아빠. 로켓을 가지고 논 건 아니지만요. 우린 그렇게 놀았어요. 동생은 시계 바늘을 움직일 줄 알았어요. 난 동생한테 어렸을 때 타고 놀던 전기 자동차를 보여주었어요. 자동차 앞 뚜껑을 열고 전선을 헤드라이트에 연결해달라고 했어요. 내 손이 거기까지 미치질 않아서요. 그랬더니 동생이 연결했어요. 그리고 한 번 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제가 말했어요. 아직 어려서 시동을 걸고 정지하고 할 수 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자꾸 졸라서 그러라고 했어요. 내가 시동 거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다샤는 다 자기식대로 했어요. 아빠, 다샤는 운전대를 잡고는 아무 것도 켜지 않고 그냥 출발했어요. 다샤는 시동을 건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보니 손으로 아무 것도 만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시동을 걸긴 했는데, 그게 생각으로 한 거였어요. , 그리고요, 아빠, 다샤는 미생물하고 친해요. 그것들이 다샤 말을 잘 들어요.

- 미생물하고? 어떤 미생물?

- 여러 가지요. 우리 주변에도 살고, 우리 안에도 사는 것들이요. 그것들은 보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있어요. 우리 가원 끝자락, 숲 속에는 오래된 고압 송전선에서 남은 금속 기둥이 삐죽 튀어나와 있어요, 기억나죠, 아빠?

- 삐죽 나왔더랬지, 그게 어째서?

- 콘크리트 기초에 박혀 녹이 슬었어요. 나하고 다샤하고 버섯을 따러 갔을 때, 다샤가 그걸 보고 말했어요. 저것 때문에 열매와 버섯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나쁘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다샤가 말했어요: <<너희들이 저걸 빨리 빨리 먹어치워>>

- 그랬더니?

- 이틀 후에 이 녹슨 잔해와 콘크리트 기초가 없어졌어요. 아직 풀은 나지 않고 흙 바닥이 드러나 있었어요 미생물들이 금속과 콘크리트를 먹어 치웠어요.

- 코스짜, 그런데 왜, 왜 전에 내게 다샤한테 일어난 일을 하나도 얘기하지 않았니?

- 겁이 났아요, 아빠.

- 뭐가?

- 역사책을 읽었는데 멀지 않은 과거에,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격리시켰대요. 아빠하고 엄마한테 모두 다 얘기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알아듣고 믿게 하려면

- 코스짜, 우린 너를 언제나 믿는다. 게다가, 네가 보여줄 수도 있었잖아 아니, 다샤한테 부탁해서 그 애가 뭔가 피해가 안 되게 자기 능력을 보여보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

- 아빠, 내가 두려워했던 거 그게 아니에요. 다샤가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요.

코스짜는 입을 다물었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감정은 격앙된 상태였어.

- 아빠, 난 아빠 엄마를 사랑해요 다샤한테는 가끔 엄하게 대하지만, 다샤를 난 많이 사랑해요. 다샤는 착해요. 다샤는 주변 모두에게 착하고, 다샤는 벌레한테도 화내지 않아요. 벌레도 다샤한테 그래요. 꿀벌이 든 벌통에 다가가 벌통 구멍 곁에 앉아 바라보아요.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꿀벌들은 꿀벌이 새까맣게 그 아이 손에, 발에, 뺨에 기어 다니는데 쏘지는 않았어요. 다샤가 날아오는 꿀벌들한테 손바닥을 내미니까 벌들이 거기 않아서 뭔가를 남겼어요. 다샤는 나중에 손바닥을 핥고 웃었어요. 다샤는 착해, 아빠

- 진정하거라, 코스짜, 진정해. 차분히 상황을 정리해 보자꾸나. 그래, 침착하게 생각해 봐야 해. 다샤는 아직 어린애야. 다샤가 최첨단 로켓 몇 개를 터트렸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 끔찍한 전쟁이야.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그런데 만약 다샤가 적군의 로켓 말고 우리 로켓의 그림도 훑어 보았다면 전세계 나라에 있는 모든 로켓들이 터지기 시작했다면, 세계는 종말을 고할 수도 있었어.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 나도 우리 어린 다샤를 사랑한단다. 하지만 수백만이 조언을 구해야 해. 출구를 찾아야 해. 그런데 지금 당장은, 당장은 몰라 다쉔카를 어떻게든 격리해야 해. 어떻게든 그래. 얼마간 잠을 자도록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럴 수 있겠지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을까? 또 어떤 해결 방안이 있지?

- 아빠, 아빠, 잠깐. , 다샤 마음에 안 드는 대량살상 로켓을 모두 지구에서 완전히 없애면 안 될까요?

- 없앤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 세계 나라들의 합의가 필요해. 모든 군 관계자들과. 그래 그렇지만 그렇게 빨리 할 순 없어. 그래, 가능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지금은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컴퓨터로 급히 다가갔어. 그 화면에는 다샤가 터트리지 못하게 막아놓은 로켓의 그림이 떠있었어. 로켓의 그림이 떠있는 모니터를 끄고, 통신용 컴퓨터의 키보드 쪽으로 옮겨 앉아, 이런 내용의 전문을 쓰기 시작했어:

<<수신처: 본부 사령부. 본 내용은 모든 군 관계자와 국제 통신사에 긴급 배포해야 함.

일련의 로켓 폭발의 원인은, 접속을 연결할 능력이 있는 박테리아임. 그들을 조종할 수 있음. 폭발성 모든 무기들의 그림을 반드시 없애버려야 함. 모두!!! 아주 작은 탄알부터 가장 큰 최첨단 로켓 시스템까지 모두 다! 박테리아를 조종하는 자는 폭발 위험이 있는 물체의 소재를 알지 않아도 됨. 그는 그림에서 그 형태만 보면 됨!>>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이제 웃으며 활달하게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다샤를 보고 전문에 이런 내용을 추가했어: << 폭발을 제어하는 장치의 위치는 불명>>.

이어서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사령부 본부로 암호처리된 전문을 발송했어.

다음날 아침, 러시아 최고군사회의가 비상 소집되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가원이 소재한 마을 주변에는 경비대가 배치되었어. 경비대는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도로정비 노동자 차림을 하고 있었어.

마을 외곽 5km 거리에 순환도로를 건설하는 흉내를 냈어. 밤과 낮 가지지 않고 모두가 동시에 한 발 간격을 두고 <<공사>>를 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가원에는 망원 카메라가 설치되어, 어린 다샤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주시했어. 그 영상은 우주비행통제센터를 닮은 곳으로 전송되었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수십 명의 심리학자, 군인, 전문가들이 모니터 옆에서 교대로 비상대기 했어. 심리 전문가들이 다샤가 깊은 생각에 들지 않고 무언가 할 일을 찾도록 특수 통신수단을 통해 계속 부모에게 조언을 했어.

러시아 정부는 국제 성명을 발표했어. 많은 사람들은 그 성명을 이상하게 생각했지. 러시아 정부는 어떤 무기이든 그 소재와는 상관없이 폭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성명을 낸 거야. 그 힘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 했어. 믿기 어려운 이 성명은 증명이 필요했지. 국제회의에서는 특수 형태의 포탄을 제작하기로 결정되었어. 탄약통을 네모나게 만들었어. 이 실험에 참가국은 각기 이런 포탄을 20개씩 가져다가 자기 나라 영토의 여러 곳에 감추었어.

- 왜 네모난 탄약통 폭탄을 만들었지? 그냥 있는 거로 하면 되지? 내가 아나스타시야한테 물었다.

- 세상에 있는 모든 폭탄뿐만이 아니라, 경찰, 군인, 그리고 탄알이 장착된 모든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총알이 터질 것을 염려한 거야, 블라지미르.

- 그렇구나 그래서 네모 폭탄 실험은 어떻게 됐어?

-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자기 딸 다샤를 자기 서재로 불러서 네모난 폭발물의 사진을 보여주고 폭파해보라고 했어. 다샤는 사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

- 아빠, 난 아빠를 많이 많이 사랑해. 하지만 아빠 부탁을 절대 들어줄 수 없어.

- ?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놀랐지.

- 난 못해.

- 다쉔카, 전에는 했잖아. 최신식 로켓을 여럿 폭파했잖아. 왜 지금은 안 되지?

- 그땐 내가 좀 흥분이 되었거든, 아빠. 아빠가 어디론가 떠나거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게 난 싫었어. 아빠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아무하고도 얘기도 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해.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항상 곁에 있지.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 됐어. 이제 난 폭발을 할 수 없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깨달았지. 다샤가 폭발의 목적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네모난 폭발물을 폭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안절부절 못하고 방안을 서성이며 어찌하면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했어. 그도 흥분상태가 되어 다샤를 설득하기 시작했어. 마치 혼자 생각하듯이 딸에게 말했어:

 

- 안 된다고 그래 안타깝다. 수천 년 동안 세상은 전쟁을 했어. 하나의 전쟁이 끝나면 다른 전쟁이 꼬리를 물었지. 수백만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군비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 멈추지 못하는 이 학살을 단절시킬 기회였는데 안타깝구나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의자에 앉아있는 다샤를 바라보았어.

딸의 얼굴은 평온했어. 아빠가 서재를 서성이며 중얼거리는 것을 재미있게 바라보았어. 하지만 아빠 하는 말에 관심이 없었어. 전쟁이 무엇인지, 엄청난 비용이 무엇인지, 누가 그 돈을 쓰는지 아이는 알 수가 없었지.

아이는 자기대로 생각한 거야: <<왜 아빠는 차갑기만 하고, 아무 에너지도 주지 않는 컴퓨터 주변에서 걱정스레 서성일까? 나무가 꽃을 피우고 새가 지저귀고 온갖 풀과 나뭇가지가 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온 몸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동산으로 나가지 않을까? 엄마와 코스짜가 지금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빨리 재미없는 대화를 마치고, 같이 동산으로 나갔으면 좋으련만. 엄마와 코스짜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가워할 텐데. 엄마는 웃을 거야. 코스짜는 어제, 돌과 꽃을 만지면서 멀리 있는 별님을 만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약속했는데 코스짜는 항상 약속을 지켜>>

- 다쉔카, 아빠 얘기가 재미없지? 내가 말한 거 무슨 말인지 모르지? 다샤는 무슨 생각하고 있니?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딸에게 물었어.

- 아빠, 난 왜 우리가 동산에 나가지 않고 여기 있나 생각했어. 거기서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깨달았어. 그리고 말문을 열었어.

- 다쉔카, 네가 로켓 그림을 보며 폭파했을 때, 다시 한번 네 능력을 실험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세상에 있는 모든 무기를 없앨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려 했던 거야. 그러면 무기를 생산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지니까. 이유도 없고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지.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을 사람들이 스스로 없애버릴 거야. 그러면 일대 무장해제 소동이 일어나겠지. 네모 폭탄은 네 능력을 시험해 보이고, 이때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만든 거야. 이제 네가 그걸 폭파해보거라, 다쉔카.

- 아빠, 난 이제 못해.

- ?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못한다고?

- 아무것도 폭파하지 않겠다고 난 스스로 약속했어. 한 번 약속했으니까 난 이제 폭파할 능력이 없어.

- 없다고? 왜 그런 약속을 했니?

- 코스짜 오빠가 오빠 책에 있는 그림을 보여주었어. 폭발해서 사람들의 몸이 조각조각 나고, 무서워서 떨고, 나무가 쓰러지고, 죽는 걸 보았어. 그래서 난 약속했지

- 다쉔카, 그러니까 이제 넌 딱 한 번도 할 수 없어? 딱 한번만 딱 한번. 이 네모난 폭발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에게 사각형 폭발물 사진을 내밀었어.

- 이것은 실험용으로 특별히 제작되어 여러 나라 은밀한 곳 여기 저기에 숨겨두었어. 그와 가까운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 모든 사람들이 폭발할지 안 할지 기다리고 있단다. 딸아, 폭파하거라. 그렇게 해도, 너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야. 누구도 죽이지 않아. 오히려

마샤는 네모 폭탄의 사진을 시큰둥하게 쳐다보고는 침착하게 대답했어.

- 아빠, 내가 약속을 취소한다 해도, 이 폭탄들은 폭발하지 않아.

- 왜 그렇지?

- 왜냐하면 아빠는 너무 길게 얘기하니까 그렇지. 난 사진을 보자마자 이 네모난 게 보기 싫고 하나도 마음에 안 들었어. 못생겼어. 그래서 지금은

- 그래서 지금은 뭐 다쉔카 ?

- 아빠, 미안해, 아빠가 사진을 보여주고 너무나 오래 얘기하는 바람에, 걔들이 이미 거의 다 먹어 치웠어.

- 먹다니? 뭐를 먹었어?

- 그 네모난 포탄을 거의 다 먹었어. 포탄이 내 마음에 안 들자마자 난 느낄 수 있었어. 그 아이들이 움직이더니 빨리 빨리 먹기 시작한 거야.

- 그 애들이 누군데?

- 그 조그만 것들이지. 우리 주변에도 있고, 우리 속에도 있는. 좋은 애 들이야. 코스짜는 그게 박테리아라고 했어. 미생물이라던가. 난 내 식으로 불러: <<쪼그만 애들아, 착하다>>. 그렇게 하면 더 좋아해. 난 가끔 그 애들하고 놀아. 사람들은 그 애들한테 관심을 두는 적이 거의 없지만, 그 애들은 사람 모두를 위해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해. 사람이 즐거워하면 좋은 에너지가 나오니까 그 애들한테도 좋아. 사람이 화를 내거나 무언가 산 것을 부수면 그 애들도 떼로 죽어. 죽은 것들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다시 채우는데, 늦어버리면, 사람의 몸에 병이 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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