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침투본부

haanbs 2007. 5. 28. 08:39

침투본부

 

당연히 난 무수한 별들을 정복하게 해주는 슈퍼 기계를 볼 거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내 눈 앞에 나타난 광경이란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의 군사전문가들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면 쉽게 그들이 방어진을 치고 있는 영토를 정복할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더 읽기 전에 이 외계별의 지구함락준비센터의 기술 장비를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실제 모습과 비교해 보세요.

이런 모습입니다:

 

초대형 사각형 실내. 이 실내는 네 구역으로 나뉘어 지구상의 인테리어들이 들어있는데, 그 한 면에는 우리나라의 상원, 두마(역주: 러시아의 하원), 그리고 크레믈린 안의 대통령 집무실이 실물 크기로 들어있다. 홀의 반대편에는 미국 의회, 백악관 내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다른 두 벽 쪽으로는 분명 아시아 나라인 듯한 국가기구가 보인다. 의회의 좌석에는 우리 지구의 대표의원들, 상원 의원, 대통령들이 앉아있다. 우선, 우리나라 러시아 의원들을 살펴보았다. 그 모습이란 TV에서 본 익숙한 얼굴들의 정확한 복사판이다. 앉아 있으되 미라처럼 움직임이 없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분간키 어렵다. 인형인지, 홀로그램인지, 로봇, 아니면 기타 다른 무엇인지 모르겠다. 거대한 홀의 중앙에는 상승부가 있고 약 50 명의 외계인이 그곳 안락의자에 엄숙하게 앉아있다. 이들은 자기들의 평상복인 우주복이 아니라 우리 지구의 양복을 입고 연단에 나와 말하는 발표자를 경청하고 있었다. 발표자는 수석지휘관이거나 아니면 무슨 책임자였을 것이다.

지구의 정부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정규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 선발부대의 하나를 보고 있다고 아나스타시야가 설명을 달았다.

 

저들은 지구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말들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을 배우고 있어. 지구의 정부들과 입법기구들을 통하면 모든 지구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이들 기구와의 접촉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지. 이들이 일반 회화를 익히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느낌의 일부가 없기 때문에 지구인들의 몸짓과 표정을 습득하기는 아주 어려워. 또한, 이들의 합리적 사고로 인하여, 지구 정부들의 통치 시스템에서 아무리 논리를 찾아보려 해도 그게 안 보이는 거야. 최고의 지혜와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도 예를 들면 이런 비밀을 풀지 못한 거야: 지구에 컴퓨터가 있고 수많은 전문연구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입법기구들은 왜 자기들이 채택하는 법이 미치는 결과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할까?

지구에 특수전문연구소가 있다면, 또한 그런 여건은 이미 지구에 다 갖추어져 있고, 이런 연구소에서 입법기구가 채택하는 법안을 다 고려하여 거의 정확하게 사회현상을 모델링할 수 있을 거라고 이들은 확신하는 거야. 그런데 지구 정부의 각 인사들 그리고 입법자들은 결의안을 채택 시 하나같이 다 독자적으로 행동을 한단 말이지. 충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 요인(要人)은 강력한 분석 센터의 기능을 담당할 수밖에 없고 또 이때 자기의 동료, , 친구들이 취하는 행동의 결과도 고려해야 해. 이게 이들의 생각이야. 지구의 사람들은 왜 추구해야 할 목적을 갖지 않는지 이것도 외계인들에게는 큰 비밀이고 풀리지 않는 문제인 것이지. 뭔가를 추구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풀리지 않는 숨은 수수께끼야. 하지만 외계인들은 지구 인간 사회의 현대적 욕구에 근거하여 지구 대륙을 점령할 계획을 수립했어. 이들은 여러 나라 정부를 통해 지구인들에게 제안을 하는 것으로 자기들 계획에 착수할 거야. 이들의 제안은 대환영을 받을 것이고.

지구 정부들의 입장을 어찌 그리 자신할 수 있느냐고 아나스타시야에게 물었더니 답이 돌아왔다:

 

- 저들의 분석센터가 그렇게 계산했으니까. 센터의 결론은 정확해. 대부분 지구인들의 지금의 의식수준으로는 외계인들의 제안을 우주 이성의 최고의 인본주의의 발현이라 받아들일 거야.

- 그게 무슨 제안이길래?

- 기괴해, 블라지미르.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아.

- 요점이라도 말해봐. 지구에서 쌍수를 들고 대환영할 거란 그 기괴한 제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거긴 나와 당신도 살잖아.

- 외계인들은 러시아 영토에 3대의 비행체로 편성된 소규모 특수부대를 먼저 착륙시킬 계획이야. 자기들을 포위한 군인들에게 협력을 목적으로 정부대표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할 거야. 이들은 군인들에게 자기들은 우주의 최고 이성이 보낸 대표자들이라 소개하고 자기 기계들의 우수성을 시연할 거야.

(), (), ()이 회의를 갖고, 14일 후, 제안을 구체화 하라고 이들에게 역제안을 할 거야. 그리고 소통의 안전을 위해서 검사를 받으라 할 거야.

도래인(到來人)들은 안전 검사를 받겠다고 승낙을 하고, 자기들의 제안을 서면과 비디오 카세트에 담아 제출할 거야. 문장은 지금의 공식 문서와 거의 똑 같은 형식으로 기술될 거야. 다만 차이라면 지극한 간단명료함이지. 텍스트의 내용은 대강 이러해:

 

<< 우리-지구 밖 문명의 대표자들은 은하계의 다른 지혜로운 거주자들에 비해 최첨단의 기술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지구인들을 이성을 갖춘 형제들이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지구 사회와 함께 우리가 다양한 학문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달성한 지식을 나누고 우리의 기술을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제안을 검토하시어 그 중에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삶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이어서 수많은 구체적 제안이 따르는데 그 요점은 이런 거야.

외계인들은 나라의 모든 백성들에게 식품혼합물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기술, 그리고 성년의 나이에 도달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할 주거를 신속히 건축하는 기술을 제공한다고 해. 당신은 그런 건물을 본 적이 있지, 다만 기능은 좀 작을 거야. 이들은 또한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나라에 미니-공장도 공급할 거야. 외계의 공장들을 기존의 공장들과 나란히 세우겠지만 5년 후면 지구의 모든 기술은 폐기되고 말아. 좀 더 합리적인 기술로 대체되는 것이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어. 더 나아가, 지구인 모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이런 기계들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최소의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해.

외계인들과 계약을 체결한 나라는 다른 나라의 군사공격으로부터 완벽히 보호될 거야.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회제도와 온갖 편의 장비로 범죄가 사라지게 돼. 당신이 제공받은 집안의 모든 필수 기기들은 당신의 목소리, 그 독특한 음색이 지시하는 명령에 따라서만 반응을 해. 음식물을 섭취하기 전 매일매일 당신 집안의 컴퓨터는 안구와 당신이 내쉬는 공기의 성분 그리고 기타 요인에 따라 적절한 음식혼합물을 처방하는 거야.

각 개인의 집에 설치된 컴퓨터는 주()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 그런 식으로 모든 개인의 위치와 그의 물리적 심리적 상태가 포착되는 거야. 어떤 범죄이든 주 컴퓨터의 특수 프로그램으로 쉽게 해결이 돼. 게다가 범죄를 발생시키는 사회적 여건조차 조성이 안 돼.  

그 대가로 외계인들은 자기 문명의 대표자들이 인구가 희박한 지역, 주로 숲에 옮겨 살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할 생각이고 또한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농지를 이들 평생 어느 때고 자기들이 건설한 첨단 기기를 갖춘 아파트와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할 거야.

정부들은 자기들 생각에 권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고로 동의하게 돼. 외계인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종교도 부정하지 않으므로 여러 종교에서 외계인들을 신의 사자(使者)라고 세상에 선포할 거야. 이들의 완벽한 신성을 믿지 않는 종교지도자들도 계약을 체결한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이 이들을 인정하는 관계로 외계인에 대항하기는 불가능이야. 나머지 남은 나라들도 서둘러서 외래인들과 협력하려 하겠지. 이들이 지구에 도래하고 9년이 지나면 온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이 급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모든 정보 채널을 통해 기술과 사회제도에서 이룩한 새 업적이 계속해서 선전될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 이성의 대표자들을 이성적으로 더 완벽한 형제로, 마치 신처럼 칭송하겠지.

 

- 칭송할 만도 하지. 내가 아나스타시야 하는 말에 참견을 했다. - 지구에서 전쟁 범죄가 사라지는 게 뭐가 나빠. 모든 사람한테 집도 먹을 것도 일도 있다며.

- 블라지미르, 인류는 외계인의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동시에 자신의 비물질적인, 신성한 <<>>를 포기한 거, 당신 눈치 못 챘어? 인류는 스스로 자신을 죽인 거야. 물질의 몸만이 남게 돼. 사람 모두가 점점 더 바이오로봇을 닮아가, 블라지미르. 지구의 모든 아이들이 바이오로봇으로 태어날 거야.

- 어떻게?

-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한테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들에 매일 봉사할 수 밖에 없어. 모든 인류는 함정에 빠지고 자기의 자유와 자식들을 인조기계들의 발전을 위해 바치는 거야. 하지만 곧 여러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직감하게 돼. 그땐 자기의 생을 자살로서 마감하려 하겠지.

- 이상하네. 사람들한테 부족한 게 뭔데?

- 신성한 꿈으로 지어진 작()만이 줄 수 있는 자유, 창작, 느낌이 모자라.

- 여러 나라의 의회, 정부들이 외계인들과 협력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되지? 인류를 전멸시켜?

- 모든 사람들을 함정에 빠트리는 다른 방도를 모색할 거야. 인류의 전멸은 그들에게 전혀 의미가 없어. 그들의 목적은 지구상의 모든 조물들 간의 상관관계, 재생산이 무슨 힘으로 지어지는지 파악하는 것이니까. 사람이 없다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사람은 지구 조물들의 조화란 사슬에서 최고 중요한 한 고리야. 햇빛도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에너지와 감정의 일부인 것이야. 외계인들은 현재 상태의 의식 수준을 갖춘 지구인들을 두려워하지 않아. 지금 벌써 많은 지구인들이 외래인들을 돕고 있어.

- 아니 어떻게? 우리 중에 누가 숨어서 그들을 돕는단 말이야? 변절자들이 있는 거야? 그 자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 그래. 하지만 이들은 배신자는 아니야. 그들의 방조는 의식하지 못한 것이고 악하지 않으며 의도한 것이 아니야. 주 원인은 자신에 대한 불신, 하느님의 작()의 완벽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야.

- 여기에 무슨 상관성이 있지?

- 간단해. 사람이 자기가 완벽한 조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이면, 그리고 다른 별에 자기보다 더 머리가 좋은 존재들이 산다고 문득 상상하기 시작하면, 그 생각으로 그들에게 힘을 보태는 꼴이 돼. 사람 스스로 자신의 신성한 힘을 업신여기고 신성하지 않은 것에 힘을 싣게 되지. 저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를 하나의 복합체로 모으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걸 자랑스러워해. , 저기 외계인들이 모인 곳 가운데 용기가 하나 있지, 그 속에 액체가 빛을 내고 있어. 가스로 변하고 굳어지기도 변하면서. 저 자그마한 용기에 든 것보다 더 강한 무기는 저들에게 없어. 나중에 저들은 그 내용물을 작고 평평한 용기에 수없이 나누어 담을 거야. 그 한 쪽 면은 특수 반사체야. 이 장치를 목에 걸 거야. 이 장치에서 나오는 빛을 사람한테 쏘이면 사람한테서 공포감과 숭배심 혹은 환희의 느낌을 유발할 수 있어. 그렇게 사람의 의지와 의식 그리고 몸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지. 그 빛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있어. 우주에는 사람보다 더 강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하느님의 작품인 사람보다 말이야.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사람들 자신을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것이지.  

-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을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우러러 받들 때,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보탠다 이 말이지?

- 그래, 그런 거야. 자기보다 똑똑하다면 하느님 보다 똑똑한 거지.

- 하느님이 여기서 왜 나와?

- 우리 모두는 그의 작() 이니까. 은하계에 더 완벽한 세계들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면, 그것으로 우리는 불완전하다고, 자신이 하느님의 불완전한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셈이야.

- 그거 놀랍네, 그런 에너지가 지금 다른 별 세상에 많이 축적되어있어?

- 당신이 보는 저 용기 안에 든 내용물이면 지구의 모든 지혜의 3/4를 정복하고,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들 수 있어. 저들은 저거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생각해. 지구의 모든 문명이 숭배하고 자기들의 힘은 더 강성해질 거라 생각하는 거야.

- 그럼 이제 무슨 수를 쓸 수 없는 거야?

- 저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모험을 감행하면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지. 사람 감정의 온전한 복합체는 설사 그 수가 하나이라도 항상 더 힘이 세. 감정을 갖지 못한 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속도로 생각을 가속할 수 있거든. 그러면 용기에 모인 모든 에너지를, 더 밝고 확신 있고, 완벽한, 다른 생각의 에너지로 무력화 할 수가 있지.  

- 그럼, 아나스타시야, 당신이 저 용기에 담긴 모든 에너지를 중화시킬 수 있어?

- 해볼 수는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여기에 나의 몸을 모두 모아야 해.

- 뭣 때문에?

- 몸이 없으면 감정의 복합체는 온전하지 않아. ()은 사람 존재의 한 가지 차원이야. 그것이 있어서 사람은 우주의 존재들보다 강한 거야.

- 그럼 모아서 저 용기를 깨버려.

- 깨부수지 않고 한 번 해볼게.

 

그때 갑자기 내 앞에 육으로 나타난 아나스타시야를 난 보았다. 모두가 숲에서 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저고리, 치마. 맨발로 바닥에 서있었고 빛을 내는 액체가 든 용기 앞에 무게들을 잡고 앉아있는 자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그녀를 발각했다. 무감각한 외계인들은 얼굴에 어떤 감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순간 미동도 않은 채 앉아있었다. 곧이어 모두가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듯이 자리에서들 일어나 가슴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모두 손에 쥐었다. 목걸이가 모두 빛으로 번쩍였다. 모든 빛이 자기들을 향해 걷는 아나스타시야 쪽을 향했다.

아나스타시야는 걸음을 멈추고 약간 주춤하더니 갑자기 뒤로 작게 한 발짝 물러서서는 다시 멈추어 서서 미소를 짓고는 맨발로 바닥을 살짝 구르고 천천히 자신 있게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외계인들의 목걸이에서 나오는 빛이 점점 더 눈부시게 되더니 아나스타시야한테서 모두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일순간에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재로 타버릴 듯 했지만 아나스타시야는 계속 전진했다. 갑자기 손바닥을 앞으로 뻗으니 빛이 손바닥에서 반사되고 일부 빛 줄기가 꺼지더니 이어 다른 것들도 꺼지기 시작했다.

외계인들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다. 아나스타시야는 용기에 다가가서 그 표면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쓰다듬어주고 무슨 말인가 소근거렸다. 용기 속의 액체가 갑자기 요동을 치더니 그 빛이 점차 사그라졌다. 용기 속의 액체는 곧 약간 푸른 빛을 띠었다. 지구상의 보통 물처럼.

아나스타시야는 벽 쪽에 서있는 지구의 냉장고를 닮은 기계에 다가섰다. 거기에 손바닥을 대고 무슨 말을 소근거리니 그 기계에서 색깔이 있는 무슨 네모난 알약들이 아나스타시야의 약간 들린 저고리 앞 깃에 쏟아졌다.

아나스타시야는 여전히 망연자실한 채 있는 외계인들에게 다가가서 맨 가장자리에 앉은 자에게 기계에서 쏟아진 알약을 내밀었다. 그 외계인은 그걸 받으려고 손을 내미는 듯 하다가 바로 얼어버렸다. 그리고 나서 모두의 앞에 서있는, 아마 지도자쯤 되 보이는 자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시야도 손을 내민 채로 그 앞에서 그렇게 한 삼십 초를 서있었다. 그러다 책임자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에게 알약을 내밀었다. 책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알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나스타시야는 좌중의 모두에게 다가갔고 이제는 모두가 그녀에게서 알약을 서슴지 않고 받아서 먹는지 그냥 삼키는지 했다. 이어서 아나스타시야는 그들을 남겨두고 내 쪽으로 다가온다. 중간에 멈춰 서서는 앉아있는 외계인들 쪽으로 돌아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몇몇의 외계인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녀에게 답례로 손을 흔들었다. 나와 나란히 되었을 때 아나스타시야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 이제 돌아가야 해. 저들은 생각을 가속하는 알약을 복용했어. 여기서 일어난 일을 숙고해 보라지.

 

여기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나는 전과 같이 숲 속의 풀밭에 누워있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이. 짧은 시간이 흐른 듯한데 몸은 깊고 건강한 잠을 잔 듯 개운하다. 그런데 머리는 속에서는 모든 것이 들끓었다. 생각이 한꺼번에 사방팔방으로 날았다. 다른 별에서 본 장면들은 온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뭐였지? ? 최면? 아니면 모두 다? 모르겠다. 현실에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의 모습을 본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곁에 앉아있는 아나스타시야에게 물었다:

 

- 뭐였지? ? 최면? 난 다 기억이 나. 그래서 머리 속이 혼돈스러워.

 

그녀가 답한다:

 

- 블라지미르, 어떤 힘으로 당신 앞에 다른 별의 영상이 나타났는지 당신이 어떻게 평가해도 좋아. 그 문제로 혼란스럽다면 당신이 꿈을 꾸었다고 받아들여. 그건 모두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본 것의 본질, 결론, 느낌에 있어. 그걸 좀 사려해봐. 난 잠시 갔다 올 데가 있어.

- 그래, 당신, 가봐. 나는 생각을 좀 해볼게.

 

나는 혼자가 되어 본 것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최면이나 무슨 꿈을 꾸었다고 결론을 지었다.

아나스타시야는 몇 걸음 가다가 문득 뒤로 돌아서더니 다시 내게 다가왔다. 저고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펼친 손을 내게 내민다. 난 보았다: 손바닥에 놓인 것은 손바닥에는 내가 다른 별에서 본 이상한 알약이 놓여있었다.

 

- 블라지미르, 받아, 걱정 말고 삼켜도 돼. 그건 지구에서 나는 풀로 우리가 갔다 온 그 별에서 만들어. 알약이 한 십오 분 간 생각을 가속하도록 도울 거야. 당신은 더 빨리 모든 것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내민 손에서 작은 알약을 받아서 아나스타시야가 가고 난 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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