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지옥이란?

haanbs 2007. 2. 23. 20:03

지옥이란?

 

죄인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고문하는 참혹한 성서적 그림이나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잔혹한 장면도 우리가 겪은 일에 비하면 유치한 어린애 장난에 불과해요.

인류 역사상 누구도 이와 비슷한 사건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성서적 이야기나 공화영화에서는 고문이래야 육신을 온갖 수단으로 찢고 부러뜨리는 게 고작이죠. 진짜 지옥에 비하면 새 발에 피에요.

- 육신을 기술적으로 고문하는 것보다 뭐가 더 무서운 게 있어? 무슨 지옥을 봤는데?

- 푸른 빛이 약해지니까 땅에서 갈색 연기가 솟아 올라 발에서 머리끝까지 우리를 감쌌어요. 그리고 우리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죠.

- 두 부분이라니?

- 세상에 난 갑자기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반은 투명한 살가죽으로 덮인 몸이었어요. 내부의 모든 기관, 심장, 위장, 창자, 핏줄을 따라 흐르는 피, 다른 모든 기관들이 투명하게 보였어요. 나머지 반은, 느낌, 감정, 이성, 소원, 통증 등등, 한 마디로 사람한테서 보이지 않는 모두로 이루어졌어요.

- 부분들이 함께 있던 떨어져 있던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건 어쨌던 당신 아니오! 살가죽이 투명한 거 빼고 무슨 무서운 일이 벌어졌단 말이오?

- 그 차이란 게 대단했죠. 우리의 몸이 이성, 의지, 열의, 소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따로 움직였어요. 우리 몸의 행위를 측면에서 볼 수가 있었죠. 느낌, 기분, 통증은 보이지 않는 나한테 그대로 남아있었고요. 그런데 몸이 하는 행동을 어찌할 수 없었죠.

- 술에 취한 때처럼?

- 술에 취하면 자기를 측면에서 보지나 않죠. 술에 만취한 상태에선 특히 그렇죠. 그런데 우린 전부다 너무나 생생히 보고 느꼈어요. , , 시냇물이 아름다웠고요. 새 소리와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가 들렸죠. 주변의 깨끗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몸이 우리 일행 모두의 몸이 갑자기 한 패가 되어 연못 쪽으로 달려갔어요.

 

작은 연못 같았는데 물이 맑아 투명했어요. 바닥에 모래와 예쁜 돌이 보이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놀고 있었죠. 우리의 몸이 깨끗한 연못에 뛰어들어 철퍼덕 거렸어요. 거기다 큰 거 작은 거 가리지 않고 배설해댔죠.

물이 구정물이 되고 그걸 들이마셨어요. 내 몸 속 위장으로 탁하고 악취 나는 액체가 흘러내렸죠. 구역질과 혐오감에 죽을 지경이었어요. 그 때 갑자기 물가 나무 아래에 발가벗은 여자의 몸이 두 구 나타났어요. 우리처럼 투명했죠.

여자의 몸은 나무 아래 풀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몸을 풀었어요. 경비대장과 나의 몸이 여자들 몸 쪽으로 달려갔어요. 내 것이 여자의 것을 애무하자 여자도 좋다는 반응을 했어요. 그리고 성관계를 시작했죠. 경호대장의 몸은 거절을 당하자 여자의 몸을 강간했어요. 경호원 중 하나의 몸이 우리 쪽으로 뛰어오더니, 돌로 내 몸을 등이고 머리고 후려쳤어요. 내 몸을 마구 때렸죠. 단말마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나한테 느껴졌어요. 경호원이 내 다리를 끌어 당겨 난 여자와 떨어졌고, 그는 여자를 강간하기 시작했죠. 우리 몸은 빠르게 늙어 쇠약해졌어요. 시간이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돌리는 느낌이었죠. 막 강간을 당한 여자는 임신을 했고, 투명한 가죽을 통해 배에서 생겨나 자라나는 배아가 보였어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의 몸이 임신한 여자한테 다가와 투명한 가죽을 통해 보이는 자라나는 태아를 잠시 살피더니 갑자기 그 여자의 자궁에 손을 넣어 태아를 빼냈어요. 이때 스타니슬라브의 몸은 돌들을 한 군데로 모으고 미친 듯이 작은 나무들을 꺾어서는 손에 잡히는 대로 작인 집 모양의 것들을 만들었어요. 내 몸이 그를 도왔어요. 집이 거의 완성되었을 때 내 몸이 스타니슬라브를 집에서 밀어내려 하자 싸움이 시작됐어요.

그가 내 다리와 머리를 후려치자 보이지 않는 나는 엄청난 통증을 느꼈어요. 우리가 싸우는 걸 보고 다른 몸들도 다가와 우리 둘은 모두 집 밖으로 휙 던져졌어요.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어요. 내 몸은 심하게 노쇠했고, 부패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구역질 나는 악취를 풍기며 꼼짝도 못하고 관목 속에 누워있었죠. 몸에 구더기들이 피고 기어 다니고 내장에 파고 들어 먹어 치우는 게 생생히 전해졌어요. 내 창자를 갉아 먹는 게 너무도 분명히 느껴졌어요. 참기 어려운 고통을 벗어나고자 내 몸이 완전이 썩어 없어지기를 기다렸지요.

강간을 당한 두 번째 여자한테서 태아가 툭 하고 떨어져 나와서 쑥쑥 자랐어요. 갓난아기는 두 발로 일어서서 위태위태 첫 걸음을 내딛고, 두 발을 비틀거리다 궁둥 방아를 철퍼덕 찧었어요. 그 아이가 넘어진 통증이 내게 전달되었어요. 섬찟하게도 난 깨닫고 말았죠. 그 아이가 나의 새 몸이며 또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기와 주변의 모든 것을 구역질 나게 더럽히는 역겨운 무뇌의 몸 속에서 또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난 죽을 수도 없이 역겨운 사건들을 지켜보아야 하고, 그걸 또 분명하게 의식할 수 밖에 없었어요. 육체적인 고통, 그보다 더한 고통을 몸소 감내해야 함을 알 게 된 거죠

주변에는 풀이 거의 다 사라졌어요. 그 대신 기형의 건축물들이 생겨나고, 과거 깨끗했던 연못은 시커먼 시궁창으로 변했어요

알렉산드르는 입을 닫았다. 그의 얘기는 내게 혐오감을 유발했다. 연민이 아닌 혐오감을.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 당신들이 역겨운 일을 당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싸. 왜 아나스타시야를 건드리냐구? 타아가에 홀로 살고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잖아. 집을 달래, 연금을 달래, 아무 것도 달라는 게 없는 데 왜 못살게 구냐구?

내가 한 말에 대해 알렉산드르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 그가 내게 말했다:

- 일을 당했다고 하시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실은 나는 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우리 일행 모두 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거에요.

- 완전히라니? 자넨 지금 여기 앉아 모닥불을 뒤적이고 있지 않나?

- 물론 그렇죠. 하지만 분명한 의식 뭔가 끔찍한 것에 대한 의식은 남아있어요. 내 속에 있어요. 겁이 나죠. 끔찍한 것이 과거가 아닌 오늘 지금 우리한테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 모두한테 일어나고 있죠.

- 당신한테 뭔가 일어나나 부지. 나나 다른 사람은 괜찮아.

- 블라지미르, 우리가 당했던 상황이 지금 인류가 행하고 있는 것의 복사판은 아닌가요? 빠른 속도로 축소판으로 우리가 본 것은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지요.

- 우리 몸은 투명하지 않고 또 말도 잘 들으니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아.

- 누군가가 있어서, 우리가 과거에 저질렀고 지금도 그렇고 있는 행위의 결과들을 우리가 보거나 의식할 수 없도록 자비를 베푸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 알게 되면 측면에서 삶을 투시하게 되면 어제와 오늘 우리가 저지른 행위를 합리화하는 여러 가지 허구적 독단을 벗어버리고 삶을 직시할 수 있게 되면 그 땐 견디지 못하고 미치고 말 거에요.

우리는 겉으론 점잖은 채 하고, 행해지는 악을 자기의 무력함으로 변명하려 들지요. 유혹에 빠져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죽이고, 무슨 명분을 지킨다고 전쟁을 일으키고 폭탄을 터트려요. 우린 약해요. 우리는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지요. 상위의 힘이 있고, 그것은 전능이며, 모든 것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요? 그런 독단의 장막에 숨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건 바로 우리지요. 우리 각자 모두가 그렇고 있어요. 각기 하는 변명만 다를 뿐이지요. 이제 난 분명히 알아요. 나의 의식이 내 육신을 제어하는 한, 나만이 나 스스로가 육신의 행위 전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나스타시야 말이 맞아요: 사람이 육에 있는 한…”

- 아나스타시야의 말 함부로 인용하지마. 똑똑한 사람 났군 그래. 브라보! 다 죽여놓고는 당신들이 완전히 돌아버리도록 더 혹독하게 다루지 않은 게 아깝다.

나는 이 사람들 모두한테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내 앞에는 알렉산드르 뿐이어서 난 그에게 화를 털어버리고 말았다.

- 당신 스스로를 보세요 알렉산드르가 대꾸했다. 당신 덕에 우리가 아나스타시야를 만난 건 아닌가요? 우리뿐일까요? 우리를 따라 할 사람이 더 없을 거라 생각하세요? 왜 당신은 타고 다니던 배 이름이며 선장의 이름을 하나도 안 바꾸고 표시했죠? 대단한 기록정신이군요. 강 이름을 바꿀 수도 있었건만 그렇지 않았어요. 제때 생각을 못한 거죠. 그리고 뭘 다른 사람한테는 사리판단을 요구하세요. 난 내 몫은 다 치렀어요. 이젠 내가 본 악몽을 삭혀야 해요

- 당신네들 악몽은 그래 어떻게 끝이 났는데? 어떻게 빠져 나왔냐구?

- 우리 스스로는 절대 못 빠져 나왔을 거에요. 영원할 줄 알았죠. 느낌은 그랬어요.

우리의 몸은 썩고 있었지만, 움직이기는 했어요. 그 가운데 아나스타시야가 나타났어요. 그녀의 살가죽은 투명하지 않았고 전과 같이 낡은 마고자와 긴치마를 입고 있었어요. 그녀가 우리 몸뚱이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데 몸뚱이들은 말을 듣지 않았어요. 미리 프로그램 된 것처럼 죽고, 다시 태어나고, 역할만 바꾸고, 하던 일 반복을 지속했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우리가 쌓은 구조물 중 하나 곁에서 청소를 시작했어요. 여기 저기 흩어진 돌을 재빨리 모아 쌓고, 나뭇가지로 땅을 살짝 갈퀴질 하고, 짓밟힌 풀을 털어 세웠어요. 초록 풀들이 일어섰지요. 다는 아니고 설 수 있는 것만.  아나스타시야는 약 1미터 높이의 작은 나무를 조심스레 세웠어요. 축축한 흙을 개어서 구부러진 곳에 바르고 꽉 쥔 다음 얼마를 기다리다가 손바닥을 펴니 나무줄기가 곧게 펴졌어요.

아나스타시야는 하던 일을 민첩하게 지속했어요. 우리가 짓밟아 풀이 없어진 곳에 그녀가 만든 오아시스는 점점 커졌어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의 몸이 그리로 뛰어와서 뒹굴었어요. 그러다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죠. 그는 얼마 후 경호원 하나의 몸과 다시 돌아왔어요. 그 둘은 작은 나무를 뿌리 채 뽑고 초록 풀밭에 돌과 나뭇가지를 끌어다 또다시 기형적 조형물을 세웠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손뼉을 쳐서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마간 가만히 서있었죠. 손이 축 늘어지고 무릎으로 털썩 내려앉더니 얼굴을 손으로 가렸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울었어요. 어린아이처럼 울었어요.

그러자 보일락말락한 푸른 빛이 다시 나타나서는 지옥의 갈색 연기를 땅 속으로 밀어냈어요. 우리의 육과 보이지 않는 가 합쳐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순 없었죠.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푸른 빛이 내는 복되고 나릇한 기분 때문이었죠. 아나스타시야가 그쪽으로 손을 뻗자 공이 번개처럼 이동해서 그녀의 얼굴에서 약 1미터 거리에 나타났어요. 그녀가 말했어요. 이번엔 말이 들리더라고요. 아나스타시야가 공한테 말했어요:

- 고마워. 착하다. 넓은 마음, 사랑 감사해. 사람들은 알게 될 거야. 반드시. 가슴으로 느낄 거야. 지구에서 푸른 빛, 사랑의 빛을 절대 거두지 마.

 

아나스타시야는 웃고 있었지만,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불 번개-빛 줄기가 공의 푸른색 껍데기를 벗어나 아나스타시야의 얼굴로 돌진했어요. 민첩하고 조심스럽게 햇빛에 반짝이던 눈물 방울을 떼어 내서는 그것을 마치 보석인양 공 안으로 가져왔어요. 공은 전율을 했어요. 아나스타시야 주변에 원을 그렸고 그녀의 발 밑 땅에 내려왔다가 다시 하늘로 치솟아 올라 푸른 창공에 녹아버렸죠. 지상에서는 모든 게 이전과 같이 되었어요. 우리도 전과 동일한 장소에 서있었고요. 해님이 반짝이고 전과 같이 시내가 흐르고 멀리 숲이 보이고, 우리 앞에는 전과 같이 아나스타시야가 서있었어요. 우리는 잠자코 주위를 살펴보았어요. 기뻤어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감정이었을 거에요. 말을 하지 못했죠. 호된 일을 겪어서가 아니라 본 것이 너무나 멋지고 훌륭해서

알렉산드르는 말을 그쳤다. 자기 속으로 완전히 잠겨 드는 것 같았다.

- 이거 보게, 알렉산드르. 당신이 내게 말한 거 실제로는 없었던 일 아니오? 아나스타시야가 강력한 체면을 건 거 아니오. 외톨이들이 주로 최면을 건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그녀가 당신한테 최면을 걸어서 가짜가 보인 게 아니오?

- 최면이라고요 내 머리에 새치 보이죠?

- 보이지.

- 이 새치가 그 일 이후 생긴 거에요.

- 최면에 겁이 나서 새치가 생겼겠지.

- 최면이었다면 다른 수수께끼를 설명해야 해요.

- ?

- 개울의 돌과 나무 더미요. 그 더미가 사라졌어요. 없어졌어요. 개울이 자유로이 흘렀어요. 사건이 있기 전에는 있었어요. 모두가 봤죠. 있었어요.

- 그래, 그런 일이

-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아요. 그보다 중요한 건 난 전과 같을 수가 없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여러 나라의 여러 현자들의 책을 많이 태워버렸어요. 내겐 책이 많았죠.

- 쓸데 없는 일을 했군. 자기한테 필요 없다면 팔아 먹을 수도 있잖은가.

- 팔 수도 없었죠.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현자들, 스승이라는 사람들을 난 이제 달리 생각합니다.

- 알렉산드르, 아나스타시야와 소통하는 거 위험하지 않나? 진짜 초자연적인 뭐 아닐까? 그녀를 다른 문명에서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진짜 그렇다면 이 외계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 위험하지.

- 난 그 정반대라고 확신해요. 그녀는 지구를 느끼고 사랑하고 거기서 자라고 사는 것을 사랑해요. 아나스타시야와 비교하면 우리가 오히려 집 없는 외계인이죠.

- 그럼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학자들은 속 시원한 답을 알까? 어떻게 그녀는 그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까? 어떻게 다 머리 속에 들어갈까? 이해하기 어려운 능력, 그녀의 빛 줄기는 어디서 나는 걸까?

-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 거에요: 나는 사람이야, 여자라구. 내 생각으론, 그녀는 정보를 머리 속에 넣고 있지 않아요. 그 보다는 그녀의 사고가 순수해서 우주의 온 데이터 베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거에요. 능력이란 것도 정보 지원이 완벽하니까 나오는 거지요. 우주가 그녀를 사랑해요. 우리는 무서워하지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온전히 열리지 않아요. 우리의 생각, 현대 사회에서 교육받은 우리의 생각은 고정관념과 전제들로 막혀있어요. 그녀는 생각이 완전 자유죠. 그 때문에 어려운지도 몰라요. 비밀의 열쇠가 다름아닌 그녀가 사람이라는데 숨어있을지도 우리의 기준에서 볼 때 그녀는 기적을 일으키죠. 난 직접 봤어요. 우리가 거기 있는 동안 또 한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기적 이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어요. 우리 일행한테 벌어진 일보다 더 믿기 어려워요. 더 중대한 사건이죠!

 

알렉산드르는 좀 흥분된 상태였다. 모닥불에서 벌떡 일어나 밤 속으로 사라졌다. 반짝이는 별과, 사그라지는 희미한 모닥불. 그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격앙된 그의 말소리가 내게도 들려왔다. 알렉산드르는 과학, 심리학, 무슨 여러 가지 가르침에 대해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앉아서 그의 주섬주섬 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싫증이 났다. 그보다는 아나스타시야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중대한 일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를 진정시킬 참으로 말했다:

- 알렉산드르, 진정하라구. 좀 앉지. 당신들 보는 앞에서 무슨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었는지 좀 구체적으로 말해보게.

알렉산드르가 다시 모닥불 가로 다가와 앉아 마른 가지를 모닥불에 던졌다. 그는 여전히 진정이 덜 된 듯싶었다. 긴장이 덜 풀렸는지 숨이 죽어가는 불을 훽 휘젓는 바람에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어서 뒤로 화들짝 물러서고 말았다. 일이 다 진정되었을 때, 난 그의 흥분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고작 20분만에 아나스타시야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한 시골 소녀아이의 육체적 상태를 바꿔놓았어요. 바로 우리 눈 앞에서요. 이 소녀의 운명까지도, 그 애 엄마의 운명도 바꿔놓았고, 다 쓰러져가는 타이가 시골 마을의 모습까지도 변하게 했어요. 이 모두를 단 20분만에.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방법으로 했느냐죠. 믿기 어렵지만 너무도 단순했어요!... 그녀는

이 사건 이후 별자리 운세를 믿으라고요?!

내가 본 건  그리고 난 쓰잘 데 없는 지혜의 책, 그리고 여러 가지 종교적 애곡(哀哭)이 담겨있는 책들을 불살라 버렸어요.

- 거 보게. 자네 스스로도 그녀가 초인간적인 신비한 기적을 일으킨다고 하지 않나. 별자리 운세까지도 꺾어 놓는다면 말일세. 그런 기적을 행하면서도 보통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하니?! 보통 사람 행세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나도 얘기했지:

다른 사람들처럼 처신해. 그러면 다 괜찮을 거야. 헌데,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안 되나 봐. 불쌍해 아름답고 착한 여자야. 현명하고 사람 병도 고치고 내게 아들도 낳아줬지 그런데 보통 다른 여자하고 사는 것 같이는 못 살아. 지금 들은 얘기를 다 듣고 누가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을까? 상상이 안 돼. 아무도 못할 거야. 좀 단순한 여자가 좋지. 너무 똑똑해서는 그녀가 신비해 보이는 건 자기 책임이야.

- 잠시만요, 블라지미르. 할 얘기가 있어요.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세요. 모두가 이걸 알아야 해요! 모두가! 우리가 함께 하면 깨달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럴 수도

아나스타시야는 소녀에게 기적을 행했는데 이때 무슨 신비한 것이나, ,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마법, 최면, 안수 어떤 것도 없었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람의 말로 기적을 행한 거에요. 단순하고 진부한 말인데, 제 때, 제 곳에서 소리를 낸 것이죠.

아나스타시야와 시골 소녀의 대화를 심리학자가 분석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심리학적으로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거에요. 그 말을 소리 내는 사람이 누구일지라도 동일한 효과를 거두었을 거에요. 바로 그 단어들이 필요한 순간에 떠올라야겠지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나스타시야가 얘기하는 진실함과 순수한 사고가 필요하죠.

- 그 단어들을 그냥 외우면 안 되고?

- 우리가 다 아는 것들이에요. 요는 다른 곳에 있죠. 우리가 쓰는 낱말 뒤에 무엇이 숨어있느냐가 문제죠.

-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네. 하여튼 무슨 사건이 일어났었는지 한번 얘기해 보게. 어떤 말로 사람의 육체적 상태와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나?

- 네 그러죠. 말할 테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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