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초대하지 않은 손님

haanbs 2007. 2. 15. 23:15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초대하지 않은 손님

 

알렉산드르는 시베리아 태생의 사내답게 담담하게 얘기를 시작했으나 이 젊은이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느껴졌다.

 

- 난 당신의 책 아나스타시야를 읽었습니다. 그 때 난 모스크바대학 대학원 과정에 있었어요. 철학, 심리학에 흥미를 갖고 있었고 동방의 종교를 전공했죠.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나스타시야가 산 넘고 물 넘지 않고 바로 내가 태어난 우리 집 옆의 시베리아 타이가 어디에 있다니요. 그녀의 말에서 강력한 힘과 논리 그리고 뜻을 느꼈어요! 무언가 우리의 것을, 깊은 뜻을 느꼈어요. 내 안에 생겨난 특별한 감정과 느낌에 비하면 바다 건너온 가르침들은 빛이 바랬지요. 난 모두 던져버리고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달리듯 뛰었어요. 아나스타시야를 보고 싶었어요.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예고로비치와 함께 당신이 책에서 묘사한 강변을 찾으러 보트를 타고 돌아다녔어요. 마침내 찾아냈습니다. 이따금씩 아나스타시야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누구도 그곳에 데려다 주지 않았어요. 현지 주민들도 사리판단이 있어서 순례자들에 도움을 주지 않았지요. 그러다 한 번은 우리가, 아니 예고로비치 없이 제 혼자 한 무리의 사람들을 그 장소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 왜 그랬소?

- 당시 난 내 행동이 옳다, 좋은 일이라 판단했어요. 일행은 모두 여섯이었어요. 두 명의 대학자는 대단한 능력이 있어 보였어요. 아니면 뒤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이 그런 능력이 있던가. 나머지 네 명은 경비였구요.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죠. 그 외 다른 무기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무전기도 휴대했구요. 저를 길잡이로 불렀어요. 난 응했죠. 돈 때문은 아닙니다. 일에 착수하기 전 난 그들과 오래 얘기를 나누었어요. 탐험의 목적이 아나스타시야를 만나는 것임을 이들은 감추지 않았어요. 탐험 대장은 머리가 희고 사람 좋아 보이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였는데 그는 수많은 연구소보다 아나스타시야가 혼자 더 큰 일을 해낼 것이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나스타시야를 타이가에서 끌어내서 자연보호구역에 옮겨 살도록 할 작정이었죠. 삼엄한 경비를 두고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는 말했어요:

 

-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구든 할 일이오. 무슨 일이고 벌어질 수 있어요. 아나스타시야는 특수한 현상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보호하고 연구해야 하오.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의 조수, 스타니슬라브는 젊은 지식인이었는데 보지도 않고 아나스타시야한테 사랑에 빠졌대요. 난 그들의 주장을 수긍했어요. 이들은 조합 사람들한테서 소형 증기선을 빌리고 차로 항공연료를 날라 배에 실었어요.

우리는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강변 높은 지대에 천막을 치고 무전기로 헬리콥터를 불렀어요. 헬기는 항공사진장치, 비디오카메라, 기타 특수장비를 싣고 있었습니다. 헬기는 매일 타이가를 저공비행하며 사각형 조각 조각을 사진 찍었습니다. 두 명의 학자는 찍어온 자료를 매일 매일 검토하고 가끔은 직접 헬기를 타고 관심을 유발한 장소로 나가 보기도 했습니다. 헬기가 아나스타시야 빈터에 앉으면 얼마나 굉음을 낼까, 동물들이 겁나서 도망갈 텐데 걱정이 들더군요. 아나스타시야와 어린 아이 생각도 나서 찢어지는 헬기 소리에 아이가 겁 먹겠다 생각도 했어요. 난 학자들에게 말했어요. 우선 빈터의 위치를 찾으면 그곳에 헬기를 착륙시키지 말라고요. 빈터를 찾으면 헬기 상에서 지도를 작성해서 걸어서 그곳까지 가자고 했어요. 스타니슬라브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타이가에서 그 먼 길을 걷기는 어려울 거라구요. 스타니슬라브도 타이가에 사는 생명들의 평화를 깰 수 있으리란 내 걱정에 동감이기는 했지만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차차 아나스타시야와 어린애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다짐을 했어요. 나흘째 되던 날 일이 벌어졌어요.

 

- 무슨 일이 났는데?

- 헬기는 사진을 찍으러 출동했고 우리는 각기 자기 일에 바빴는데 경비 중 한 사람이 타이가 쪽에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한 여인의 몸체를 본 거에요. 그는 바로 보리스 모이세예비한테 보고했어요. 곧 모든 대원들이 다가오는 여인을 향해 섰죠. 그녀는 가벼운 마고자와 긴치마 차림에 머리에는 두건을 둘러서 이마와 목이 가려져 있었어요. 모두 모인 사람들 앞에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와 스타니슬라브가 서있었죠. 여인은 우리 쪽으로 다가 왔어요. 그 얼굴에는 두려움이나 동요의 기색이 없었어요. 눈은 그녀의 특별한 눈은 선하고 다정하게 사람들을 바라보았어요. 그 시선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했어요. 그녀는 한꺼번에 모두를 보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보는 듯 했어요. 우리 모두는 뭔가 알 수 없는 흥분에 싸였어요. 만사를 잊고 우리 모두는 특별한 눈에서 나오는 따스함에 취해 편안했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먼 길을 왔으니 좀 앉아 쉬라는 얘기를 못 했어요.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죠. 차분하고 유난히도 선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 여러분께 좋은 날을 기원합니다.

 

우린 그래도 서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말했어요.

 

- 안녕하세요. 우릴 대신해 그가 말했죠.

- 당신은 누구신지요?

- 저는 아나스타시야라고 합니다.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헬기를 부디 거두어 주세요. 이곳에 좋지 않아요. 나를 찾고 계시죠. 그래서 왔어요. 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지요.

- , 그렇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을 덜게 되었군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말을 받았습니다. 그는 아나스타시야에게 앉으라 권하지도 않았어요. 천막 옆에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가 있었거든요. 아나스타시야를 불러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았어요. 그녀가 문득 나타나는 바람에 그도 아마 정신이 없었나보죠. 그는 바로 우리가 온 목적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 . 아주 좋아요 당신이 우리한테 스스로 오시니 , 우리는 당신 때문에 왔거든요. 걱정마세요. 바로 헬기를 불러들이겠습니다.

 

보리스 모이세예비치는 경비대장에 지시를 내려 그가 헬기대장과 무전 연락을 취해 헬기를 야영지로 돌아오도록 조처했어요. 명령은 곧바로 이행되었고요. 그러고 나서 그는 아나스타시야를 보고 돌아서서 이젠 좀 차근히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아나스타시야, 곧 헬기가 돌아올 겁니다. 우리 사람들과 함께 거기 타세요. 우리 사람들한테 당신이 아들과 함께 사는 빈터를 보여주세요. 당신이 지시한 곳에 헬기가 내릴 것이고 당신은 아들을 태우세요. 우리가 당신과 아들을 모스크바 근교 보호구역까지 모시겠습니다. 보호구역 내에서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리해야 해요. 거기서라면 누구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보호구역은 상시 경비체제를 갖추고 있어요. 당신이 그리로 이주하면 경비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당신이 편한 시간에 학자들과 어울리면 됩니다. 충분히 준비된 사람들이죠. 그들과의 대화가 흥미로울 겁니다. 일부 자연과 사회현상에 대한 당신의 해석과 당신의 철학에 그들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원하시기만 한다면 훌륭한 조수가 제공될 것입니다. 이 사람은 항시 당신 곁에 있을 것이고 그는 당신의 말을 다 안 듣고도 척척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나이는 젊지만 이미 유능한 대학자입니다. 게다가 보지도 않고 당신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두 분은 서로 잘 어울리는 행복한 한 쌍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학문이 높은 것은 물론 생활방식에서도 당신과 잘 어울립니다. 여기 있는 사람이죠

 

보리스 모이세예비치는 스타니슬라브가 서있는 쪽으로 돌아서서 그를 손으로 가리키며 불렀다.

 

- 이리 오게, 스타니슬라브, 뭐하고 있나? 자기 소개 않고!

 

스타니슬라브가 다가와 아나스타시야를 마주보고 서서 겸연쩍은 듯 말했다.

 

-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내 중매를 서버렸군요. 아나스타시야, 당신한테는 예상치 않은 일이겠지만 난 정말 당신께 청혼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난 당신의 아들도 받아들여 내 아이처럼 키우겠습니다. 당신을 도와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세요.

스타니슬라브는 아나스타시야 앞에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입을 맞추었어요. 그는 미남자에 근사했죠. 아나스타시야에게 옷을 갈아 입혔다면 그 둘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듯싶었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스타니슬라브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답을 했지요:

 

- 저에 대한 좋은 평 감사합니다 저를 염려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그리고 말을 이었죠.- 진정 당신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더僊므構? 충만케 ?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사랑을 보낼 만큼 충분한 힘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그렇다면 생각해보세요. 당신 주위의 여자들 중에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엇엔가 불행한 여성들이 있을 거에요. 그 분께 관심을 갖고 사랑하세요.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아나스타시야.

- 난 다른 분께 행복합니다. 제게 헛되이 힘을 쓰지 마세요. 당신을 더욱 필요로 하는 여자들이 있어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가 스타니슬라브를 거들고 나섰어요.

 

- 아나스타시야, 당신이 만났다는 그 다른 사람이란 물론 블라지미르를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지요? 하지만 그는 우리 사회에서도 좋은 표본이 못 됩니다.

-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그러한 평가는 나의 감정을 바꾸지 못해요. 난 내 감정을 제어할 수 없어요.

- 그런데 왜 하필이면 블라지미르를 만났습니까? 영성과는 거리가 멀고 학문과도 멀고 그냥 모범적 생활과도 아득한 사람을요? 그는 그저 평범한 사업가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은 왜 다름아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 어느 한 순간 난 깨닫고 말았죠. 알렉산드르가 계속 말을 이었다.- 보리스 모이세예비치, 스타니슬라브, 그 외 모든 단원들이 하나의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을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나스타시야를 포획해서 자기들만의 이해를 위해 그녀를 이용하려는 것이었죠. 그녀의 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요. 그게 그들 스스로의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그 상부에 또 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치 않고요, 이들은 행동을 단행할 의지로 차있었어요. 반대 논리가 아무리 정연해도 그들의 행동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난 깨닫고 말았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아마 이점을 간파하고 있었을 거에요. 모를 리가 없었을 거에요. 그들의 의도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죠. 그렇지만 아나스타시야는 자기 앞에 서있는 남자들을 선하게, 자기와 친한 사람처럼 대했어요. 자기한테 소중한 것에 대해서도 진실되고 숨김없이 얘기했어요. 그녀의 태도와 진솔함이 폭력을 억제하였을 거에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을 늦추었겠죠.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와 스타니슬라브가 당신에 대한 그녀의 관계를 식혀보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그녀가 얼마나 논리 있게 받아 치던지 그들의 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해버렸죠.

사랑에 빠진 여인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남자가 어떤 일을 하던, 실제 그의 정체가 누구이든 좋은 면만을 본다고 하죠. 하지만 그녀의 논리는 좀 달랐어요. 아나스타시야가 나타나고 나서 처음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난 조용히 녹음기를 켤 수 있었죠.

이후 난 아나스타시야가 한 말을 자주 틀어 듣고 분석했어요. 전부를 기억해요 전부가 사람의 의식을 뒤집어 놓아요.

 

- 뭐가 의식을 뒤집어 놓길래? 아나스타시야의 나에 대한 평을 듣고 싶었다. 알렉산드르가 계속 말을 이었다.

- 당신은 왜 하필이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죠?라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의 질문에 아나스타시야는 처음엔 그냥 단순히 대답했어요:

- 그런 질문을 내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누구도 왜 다름아닌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설명하지 못해요.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사람은 단 한 명, 자기가 선택한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겐 최고입니다.

- 그렇다고 해도 당신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당신은 모를 리가 없어요, 아나스타시야. 우연한 사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리석었죠. 당신의 의지, 능력, 분석적인 지혜가 처음의 열정을 식히고 다른 사람에 비해 그 사람이 한참 모자람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요. 그걸 좀 생각해 보세요.

- 생각해 보면 그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옵니다. 그 생각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요. 그럴수록 일어난 사건의 수수께끼 같은 필연성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 어리석음을, 역설을 인정하라구요?

- 그건 얼른 보기에 그럴 뿐이에요. 당신은 모스크바에서 먼 길을 왔지요. 어렵사리 이곳 강변까지 왔어요. 나의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고 계시구요. 그렇지만 그게 바로 역설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시죠. 내 사랑을 분명히 밝혀주는 사건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났습니다. 모스크바에서 그 문제를 숙고하는 편이 나을 거에요. 이 먼 길을 오실 필요가 없었죠.

- 모스크바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죠?

-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사건이에요. 겉으로 볼 때만 그렇죠.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단순하고 별볼 것 없고 흠이 많다는 사람, 블라지미르는 나와 한 번 만나고 바로 모든 걸 버리고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갔어요. 나에게 한 약속- 좀 더 깨끗한 생각을 가진 기업인 연합을 조직하러 간 것이죠. 돈이 없었지만 그래도 행동을 했어요. 모스크바 토크마코프 골목 제14호에는 2층 건물이 서있어요. 그 건물에는 최초의 기업인 연합을 지휘하던 사람들이 들어있었죠. 나중엔 연합의 지도부가 떠나긴 했지만요. 그 연합은 와해되고 있었어요. 블라지미르는 이 건물에 입주했어요. 크고 작은 텅 빈 사무실들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는 거기서 편지를 쓰고 기업인들에게 호소했어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그 사무실에서 잠도 잤어요. 손님들이 찾아왔고, 그를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했어요. 그를 믿고, 그가 하는 일을 믿었던 것이죠. 그가 타이가 내 빈터에 왔을 때 부탁했어요.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블라지미르에게 설명했어요. 난 행동계획을 짜고 그에게 알려주었죠. 나의 꿈이 계획된 순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어요. 우선 책을 써내야 했어요. 책으로 많은 걸 설명하고 홍보해야 했어요. 책이 생각이 깨끗한 기업인을 찾아 단합시켜야 했어요. 계획의 실행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되었을 거에요. 그런데 블라지미르는 자기가 이해하고 옳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했어요. 내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죠. 그는 이 계획이 중요함을 이해했고 거기에 헌신했어요. 순서가 어긋나 자기식대로 한 거죠. 그런 식으로 목적달성은 불가능했어요. 그걸 모르는 그는 불굴의 의지와 창의력으로 행동했어요. 믿기 어렵지만 성과가 일부 나타났어요. 사람들이 모였죠. 이들은 좀 더 깨끗한 사고의 기업인들이었어요. 그들의 주소록이 있으니 확인도 가능합니다.

- 우린 그 명단을 보았습니다. 책의 초판에 실렸었죠.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네 그래요 당신이 실망하시겠지만 그 명단에는 모스크바에서 술을 생산하는 크리스탈같은 기업도 끼어있더군요. 그 공장에서 생산하는 술은 영성과는 한 자리에 설 수 없는 것이죠.

-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크리스탈도 타자에 비해 최악이 아닐 수 있어요. 게다가, 주제는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생각이란 것입니다. 오늘의 물질이란 어제 한 생각의 열매입니다.

-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블라지미르는 깨끗한 사고의 기업인 연합을 조직하지 못했죠. 확언컨데, 아나스타시야, 당신은 사람을 잘 못 본 듯 합니다.

- 사건의 예정됨을 어겨서 블라지미르는 목적에 도달할 수 없었어요. 그에겐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었고 모스크바 경계를 넘어 소식을 전파할 자금도 없었어요. 상황이 악화되어 사무실도 빼앗기고 일할 장소, 통신, 주거비도 없었지요. 그는 모스크바 토크마코프 골목에 있는 건물에서 나왔어요. 그를 돕던 모스크바 사람 몇 명과 같이 나왔어요. 생존할 돈도 없이 나왔어요.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임금 지급도 못할 지경이었고, 주거, 겨울 옷도 없었어요. 가족도 버리고,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그런데, 아시나요? 혹한의 거리에 나와 전철을 타러 가며 몇 명의 모스크바 사람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요?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얘기를 했어요. 그런 지경에서도 그는 계획을 세우고 뭐가 행동을 취하려 했어요. 그는 행동하는 기업인이에요. 모스크바 사람들이 그를 따랐고, 그의 말을 들었고, 그를 믿었어요. 그를 사랑했어요.

- 왜 그랬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 그 사람들, 그 모스크바 사람들한테서 물어보세요. 그에게서 무엇을 봤냐고요. 토크마코프 골목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건물 경비한테 물어보세요. 왜 순번을 바꾸어가면서 그릇과 보자기에 음식을 싸 왔는지, 왜 그에게 매번 저녁식사를 대접하려 했는지 물어보세요. 음식을 싸 와서도 그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지요. 그의 수하에 있지 않던 남자-경비원들이 집에서 이런 저런 국을 끊여 가져왔던 거에요. 그에게 집에서 만든 음식을 조금이나마 먹이려고. 그들은 그를 사랑했어요. 왜죠?

그리고 또 그 건물에 가게 되면, 과거 여배우 경력의 미모의 여자 비서와 얘기를 나눠보세요. 그 여인은 가시덤불을 지나 별까지란 영화에서 주역을 맡았어요. 선한 외계인 아가씨 역이었죠. 연기가 아주 좋았죠. 지구를 보호하고 사랑하라는 좋은 영화에요. 그 여인한테 물어보세요. 그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왜 블라지미르 몰래 도왔는지 물어보세요. 그 여인은 그의 비서도 아니면서 도왔어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점심 때 커피나 차를 대접하려 했을까요? 그녀는 자기 회사에서 설탕이며 과자, 차를 가져오는 척했지만 사실은 모두 다 자기 집에서 가져왔어요. 그녀는 부자도 아니었어요. 그녀는 그를 사랑한 거죠. 왜일까요?

한편, 블라지미르는 계속해서 기력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어요. 육체적으로 힘이 소진되었죠. 죽기 직전의 상태였지만 목적을 향해 안간힘을 다했어요. 그래요. 그는 행동하는 기업인이었죠. 정신력이 강했어요.

- 죽어가고 있었어요 는 비유적인 표현이죠? 다른 뜻이죠, 아나스타시야?

- 말 그대로예요. 모스크바에서 몇 일간 그의 육은 죽음의 상태였어요. 그런 상태라면 사람들은 보통 거동하지 못하고 누워있죠. 하지만 그는 걸어 다니며 행동했어요.

- 당신 덕이겠지요, 아나스타시야?

- 그 지독한 42시간 동안 나는 단 1초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빛으로 그를 따뜻하게 했어요. 하지만 그것으론 역부족이었어요. 내 빛은 정신이 나약해지는 몸의 생명은 구하지 못해요. 블라지미르의 정신은 대항했어요. 너무 열심이어서 정신은 목전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죠. 그가 빛을 도운 거에요. 그리고 나서 다른 빛 줄기들이 내 빛을 도우려 왔어요. 아주 아주 미약하고 인식되지 못한 것이었지만 엄연히 존재했어요. 모스크바에서 그 주위에 있던, 그리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빛이었죠.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육은 생명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진실한 사랑 앞에서, 그 사랑이 충만하다면 죽음은 물러나지요.  사랑 속에서 사람은 불멸이에요. 자기한테 불타는 사랑을 끌어당길 수 있어요.

- 죽은 육은 걸을 수 없어요. 당신의 표현은 어쨌든 비유이며 비과학적입니다.

- 사람들이 규정하는 과학이란 항상 한시적이죠. 하지만 오늘을 넘는 진리도 있어요.

- 그렇다면 오늘의 학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우리한테는 열정이 없는 장치들의 측정값이 필요합니다.

- 좋아요. 꾸르스크 전철역이 있죠. 거기에 가면 증명사진 찍는 자동사진기가 있어요. 당시 어느 날  블라지미르는 거기서 출입증에 붙일 컬러 증명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이 레닌스키 대로 42번 건물에 아직도 남아있을 거에요. 블라지미르한테도 한 장 있을 거구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검게 변하는 시신의 특징이며 죽은 신체의 모든 조짐들이 다 보일 거에요. 얼굴의 검은 점들도 사진기에 포착되었어요. 하지만 눈에서는 생기가 보여요. 싸우고자 하는 정신이죠.

- 어쨌거나 그를 구할 수 있었던 건 당신뿐입니다, 아나스타시야. 왜 그 사람한테 그 많은 노력을 퍼부었나요, 왜죠?

- 나 홀로 그를 구한 건 아니에요. 모스크바의 세 학생한테 물어보세요. 왜 블라지미르한테 자기들 돈을 들여 집을 구해줬는지, 블라지미르가 결국 실패의 원인을 깨닫고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왜 시험기간 중에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또 블라지미르가 쓴 원고를 밤마다 컴퓨터에서 문서작업을 했는지 물어보세요. 같은 질문을 어려운 순간 그 곁에 있던 다른 모스크바 사람들한테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비밀의 열쇠는 내가 아닌 그 사람들한테 있어요. 왜 모스크바와 그 도시의 사람들이 그를 보호하고 돕고 믿었을까요?

모스크바도 함께 책을 쓴 거에요. 정말 멋진 도시에요. 난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과기 세상이 늘어놓는 어떤 시끄러운 무쇠 기계도, 엄청난 대격변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선과 사랑을 결코 지우지 못할 거에요. 이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선하고 밝은 것-사랑을 향해 노력합니다. 으르렁대는 기계들과 분주함 속에서도 이들은 사랑의 위대한 힘과 복을 느낍니다.

- 당신이 말씀하시는 대로라면 정말 놀랍고 충격적이군요, 아나스타시야. 그런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아요. 당신의 놀라운 능력, 당신의 빛이 가지고 있는 전에 들어보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증하는 사건입니다. 블라지미르와 접촉하던 그 모스크바 사람들을 당신이 분명 비추었겠죠.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시죠? 기적을 일으킨 건 바로 당신이에요.

- 기적을 일으킨 건 사랑입니다. 난 정말로 블라지미르와 어울리던 사람들 모두를 조심스레 비추었어요. 하지만 난 그들한테 이미 있던 선한 감정, 사랑, 밝은 것에 대한 열의를 조금 세게 했을 뿐이에요. 그들 속에 있던 것을 조금 강하게 했을 따름이라고요. 모스크바가 책을 출판한 거에요. 초판은 소량이었고 얇은 책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책을 샀어요. 책은 빠르게 팔려나갔어요. 블라지미르는 타이가에서 있었던 일을 왜곡하지 않고 스스로 체험한 느낌을 솔직히 적었어요. 많은 독자들에게 나는 똑똑하고 좋게 받아들여졌고, 그는 둔하고 근시안적인 사람으로 묘사되었어요.

독자들은 집에 앉아서 책을 읽다 보니 블라지미르가 나와 일대일로 타이가에 있었다는 사실을 미쳐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죠. 당시 그한텐 모든 게 너무 황당했어요. 하나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그 깊은 타이가로 누가 감히 들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또한 그가 체험한 것을 체험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까는 참 의문이죠. 블라지미르는 사건을 정직하게 묘사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둔한 사람으로 보이게 된 거죠. 그런데 여러분은 제게 질문을 하고 계세요. 왜 다름아닌 그 사람인가 하고요. 왜 내가 그를 그렇게 사랑하냐고요.

책이 쓰여지는 동안 블라지미르는 이미 많은 것을 달리 사고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그의 사고판단은 아주 빠릅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눈치챌 거에요. 하지만 블라지미르는 과거의 자신을 멋지게 치장하려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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