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멍청한 데 쓸 돈?

haanbs 2007. 2. 14. 23:18

멍청한 데 쓸 돈?

 

- 이거 우리 손자 놈 보소. 얼마나 지혜롭고 탐구욕이 강하고 손재주가 좋소. -따뜻한 목소리로 예고로비치가 자랑을 해댔다.- 장하다, 바샤트카. . 돈을 줘야지.

난 그 말의 뜻을 알아듣고 돈을 꺼냈다. 할아버지의 칭찬에 의기양양한 바샤트카는 또 이렇게 말했다.

 

- 우주비행사에 대해서 전부 다 듣고 싶어요. 우리나라 우주비행사, 미국 우주비행사 전부다요. 이 담에 커서 우주비행사가 될래요.

- 뭐라? 지금 너 뭐라고 했냐? - 예고로비치가 갑자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 커서 우주비행사가 될 거에요.

- 그런 완전히 또라이 짓에 난 돈 못 준다, 바샤트카.

- 우주비행사 되는 거 또라이 짓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우주비행사를 좋아해요. 영웅들이죠. TV에서도 보여주잖아요. 커다란 우주선을 타고 지구 상공을 항상 날아다녀요. 우주에서 지구의 여러 과학자들과 직접 대화도 나누어요.

- 그런 장사판이 다 무슨 소용인데? 날려면 날라고 하지. 근데 오비 강에서 물고기들은 왜 계속 줄어드냐고?

- 우주인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날씨도 알려줘요. 내일 지구에 어떤 날씨가 될지 미리 알아요. 바샤트카가 과학을 계속 옹호했다.

- 그거 엄청 신기하구나. 임마! 마르파 할머니한테 가서 물어봐라. 내일, 모레, 아니 내년 날씨도 다 말해줄 테니. 돈도 안 받아. 근데 네 우주비행사는? 뻬찌까(뾰트르의 애칭: 역주)의 돈을 흥청망청 써 버린다고. 네 우주비행사가 말이다. 니 애비 돈을 말이야 이 놈아.

- 나라에서 우주비행사에게 돈을 많이 주어요.

- 그래? 네 나라는 그 돈이 어디서 나는데? 어디서 나냐구? 니 애비 뻬짜한테서 돈을 걷는 거야 임마. 난 물고기를 잡고 니 애비가 그 고기를 시내에 내가서 팔았지. 인텔리 사업가가 되려고 했단 말이다. 그런데 나라가 니 애비한테 뭐라 했는지 아냐?! : <<세금 내. 돈 다 내라고. 우리는 지출할 곳이 많아>> 국회에서도 계속 싸움 지랄뿐이야. 우물가의 여편네들만 못해. 이런 저런 걸 쥐어짜고 궁리하고 자기들이 똑똑하다 우쭐대지. 온갖 편한 것은 다 갖추고 좋은 옷만 입고 다니면 뭐하냐고. 강물은 점점 더 더러워지는데. 바샤트카, 니 머리에서 멍청한 생각이 다 날아가지 않는 한, 난 돈 못 준다. 난 이제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야. 멍청한데다 쓸 돈 벌지도 않을 게다.

 

술 기운에서 인지 아무튼 예고로비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날 건네주는 것 조차도 취소하려 했다. 사쉬까가 가져온 보드카 병을 나발불고 담배를 한 대 피고 나서야 약간 진정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보트에 올랐다. 그는 결국 바샤트카한테 돈을 주지 않았다. 도중 내내 그는 툴툴거렸다.

보트의 낡은 모터는 엄청 덜덜댔다. 대화가 불가능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허름한 오두막까지 다다랐다. 작은 창이 달랑 하나였다. 밤 하늘에는 샛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변에서 비우기 시작한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운 예고르비치는 사쉬카한테 중얼중얼 말했다.

 

-  -ㅈ 자러 갈게. 모닥불 가나 오두막 바닥에 자리를 보라구. 날이 트면 우리 장소까지 저 사람을 태워다 주고.

 

예고로비치는 오두막의 낮은 문 안으로 들어가느라 몸을 굽히다가는 다시 돌아서서 엄준하게 다시 말했다.

 

- 우리 장소까지! 알았지, 사쉬까?

- 알겠어요 사쉬까는 순순히 대답했다.

 

모닥불 가에 앉아 숯불에 구운 물고기를 먹으며 난 예고로비치가 한 말이 걸려 사쉬까한테 물었다:

 

- 알렉산드르, 당신네 우리자리란 게 뭐지? 예고로비치가 날 어디로 데려가라 한 거냐고?

- 우리 자리는 아나스타시야 빈터까지 걸어갈 수 있는 마을에서 반대편 강변에 있어요.- 알렉산드르가 차분히 대답했다.

- 그거 대단하군! 그 많은 돈을 받아먹으면서 영 딴 곳에 내려 놓는단 말인가?

-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그게 우리가 아나스타시야한테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전부예요.

- 무슨 죄를? 왜 나한테 실토하는 거지? 그래, 이제 나를 당신네 자리에 어떻게 내려놓을 텐가?

- 당신이 지정하는 곳에 배를 댈게요. 그리고, 내 몫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드리지요.

- 왜 내게 그런 자비를?

- 난 당신을 알아보았어요, 블라지미르 메그레. 난 당신을 바로 알아보았어요. 당신 책을 읽었고 책 표지에 있는 당신을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지정하는 곳 어디든 모셔다 드리죠. , 제가 해야 할 말이 있어요. 내가 한 말을 차분이 논리적으로 받아주세요. 당신은 이제 타이가에 갈 필요 없어요. 갈 수 없어요. 아나스타시야가 떠났거든요. 타이가 깊숙이 들어갔을 거에요.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어디론가. 못 찾을 거에요. 죽게 되요. 사냥꾼들이 당신에 대고 총을 쏠 거에요. 이들은 자기 사냥터에 외지인이 들어오는 걸 참지 못하죠. 가까이 허용해 위험을 감수하느니 먼 거리에서 이방인을 처리합니다.

 

얼른 보기에 알렉산드르는 차근했고 모닥불을 젓는 부지깽이만이 좀 어줍게 떨렸다. 모닥불에서 튀어 오른 불똥이 불꽃이 되어 성급히 밤하늘로 날아 올랐다.

 

- 무슨 일이 있었는데, ?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왜 아나스타시야가 떠났다는 거야?

- 알아들을 사람이 있다면 나도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싶어요.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알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 스스로도 알고 싶어요

 

억눌린 목소리로 알렉산드르가 답했다.

 

- 있는 그대로 말해봐! 그냥 쉽게!

- 쉽게요? 맞아요. 아주 쉽죠. 너무 쉬워서 충격적이라 그렇지. 내 말을 끊지 말고 조용히 끝까지 다 들어주세요.

- 끊지 않을게. 끌지 말고 빨리 본론이나 말해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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