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어린이들에게 생지를 주세요.

haanbs 2012. 6. 16. 14:47

독자님;

제7권 원고가 교열교정을 받고 있습니다. 달포여 지나면 책으로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제7권에 수록된 멋진 동화를 소개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생지를 주세요.

 

우크라이나에  하리코프란 도시가 있다. 그곳엔 고아원이 하나 있다. 좋은 고아원이다: 안락한 건물실내, 멋진 수족관, 커다란 수영장. 현지 관청이 관심을 가졌고 사업가들도 도왔다. 초중등교육을 관할하는 시의 담당부서 책임자는 건물 내부를 안내하며 이 고아원의 아동들은 일반 학교에 입학한다고 말했다. 난 창 밖을 보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학교에서 귀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자 아이만 다른 아이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한 쪽에서 걷고 있었다.

- 저 아이는 쏘냐입니다. 1학년이죠. – 교장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건넸다. – 저 아이는 늘 혼자 다닙니다. 유대인 가정이 곧 자기를 입양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 왜 유대인 가정이죠? 저 아이는 유대인 아이와 닮지 않았는데요. 머리카락은 밝고 우크라이나 아이 같아요.

- 학교에서 누군가가 저 아이한테 말했대요. 쏘냐는 유대인 이름이고 그러니까 너는 유대인이라고. 쏘냐는 자기가 유대민족임을 수긍했고 반드시 유대인 가정이 자기를 입양할 것이라 마음을 굳힌 거에요.

항상 혼자 다니는 이유는, 단체로 모여 다니면 장래의 부모가 자기를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리코프에 있는 고아원은 좋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러시아의 여러 다른 도시에도 고아원이 있다. 그곳에 아이들이 산다. 이들 고아원이 시설이 아무리 안락하다 한들, 그와는 무관하게 아이들은 자기에게 부모가, 가족이 있었으면 하고 꿈을 꾼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뒷마당. 동갑내기 친구들과 떨어져 왜소하고 깡마른 체구의 1학년 학생, 회색신발을 신은 쏘냐가 총총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고아원출신 쏘냐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 그리고 몇 달이 흘러 지났다. 어린이 시설은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 있지만 그곳의 모든 아이들을 아들이나 딸로 입양하지는 않는다는 걸 쏘냐는 아직 알 턱이 없다. 고아 대부분은 부모없이 살아갈 운명이라는 것을. 쏘냐는 결국 입양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인생은 독특하게 전개되었다. 그 당시 하리코프에 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도시 근교에 마을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150헥타르의 토지를 받아냈고 120 가족이 각각 1헥타르씩을 차지하고 가원을 세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가장자리의 한 필지가 아직 주인을 못 만났는데 그것을 고아원 출신 아이 누구에게든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이 되려니 그 선택이 다름아닌 어린 쏘냐에게 낙점이 되었던 것이다.  소녀를 보육 선생님과 함께 차로 그 애의 부지까지 데려왔다. 보육선생님은 아린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쏘냐야, 이거 봐라, 여기 박힌 말뚝, 말뚝 사이사이에 쳐놓은 줄 보이지? 이 줄을 건너면 네 땅이다. 1헥타르나 돼.  네게 땅을 선물한 사람들도 1헥타르씩 나눠가졌고 거기에 나무를 심고 집도 짓는단다. 너도 더 크면 집을 짓고 과일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게다. 네 땅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소녀 아이는 줄에 다가가 만져보며 보육선생님한테 되물었다:

- 그러니까 이 줄을 넘으면 내 땅이고, 줄 넘어에선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 그래, 쏘냐. 이건 네 땅이야. 오직 너 혼자서 그 땅에 무엇이 자랄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단다.

- 그런데 땅에서 무엇이 자라오를까요?

-  아 그거야 너도 보듯이 지금은 여러 가지 풀이 자라잖니. 하지만 이웃 부지에는, 보거라, 사람들이 벌써 사과나무, 배나무, 그외 여러 가지 과일나무를 심었구나. 곧 과수원에 꽃이 필 거야. 너도 더 크면 다른 사람들 땅처럼 멋지도록 네 땅 어디에 무엇을 심을까 결정하거라.

쏘냐는 허리를 굽혀 줄 밑으로 기어 자기의 1헥타르 땅에 들어갔다. 줄을 따라 몇 걸음 걷다가 풀과 거기서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를 내는 모든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애는 자기 땅에 자라는 작은 자작나무에 다가가 아직은 가느다란 나무의 줄기를 만졌다. 보육선생님을 보고 돌아서서는 왠일인지 좀 불안하게 물었다.

- 그럼 나무는요? 자작나무는? 이것도 나만의 것인가요?

- 그래, 쏘네츠카, 자각나무도 이젠 오직 너만의 것이야. 네 땅에서 자라니까. 네가 좀 더 크면, 여기에 다른 나무도 심을 수 있어. 자 그런데 이제 가야할 시간이다. 곧 점심시간이야. 나도 학급으로 돌아가야 하고.

소녀는 자기 부지를 향해 다시 돌아섰고 잠자코 응시했다.

 

*     *     *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안다. 아이들은 놀면서 종종 여러 가지 소재로 칸을 막아 자기 방을 임시로 만들기도 하고 시골이라면 초가막을 만들고 거기서 논다. 왠일인지 모든 어린애들한테는 큰 세상으로부터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가리고 자기만의 공간을 지으려는 욕구가 있다. 고아원 어린이들한테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 이건 모두를 위한 공간인데 그것이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 해도 아이들한테는 괴롭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쏘냐는 다른 고아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것, 심지어는 손바닥만한 구석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는 줄 넘어, 모든 게 자기만의 것인 곳에 서있다. , 그 풀 위의 살아있는 메뚜기, 그리고 자작나무까지. 왜소한 소녀는 보육선생님을 보고 돌아섰다. 말문을 열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에서는 애원과 단호함이 함께 뭍어났다.

- 부탁이에요, 간절하고 간절한 소원이에요. 나는 남게 해주세요. 선생님은 돌아가세요. 나는 알아서 혼자 갈게요.

- 30KM를 네가 어떻게 온다는 거니?

- 갈게요. – 쏘냐의 답은 단호했다. – 걸어서 끝까지 갈 거에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요. 부디, 제가 내 땅에 홀로 있게 허락해 주세요.

<<쥐굴리>> 운전수이자 쏘냐 이웃 부지의 소유주가 이 대화를 듣고는 제안하고 나섰다.

- 저 아이가 저녁 때까지 이곳에 있게 하세요. 선생님을 제가 모셔다 드리고 저녁에는 저 아이를 데려다줄게요.

보육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수긍했다. 줄 뒤쪽에 서서 자기의 허락을 기대하는 소녀의 얼굴을 본 이상, 허락하지 않을 수도 없는 터였다.

- 좋아, 쏘냐. 저녁 때까지 여기에 있거라. 운전기사분을 통해 네가 먹을 점심을 보내마.

- 뭐 그럴 필요까지야?! 우리가 이웃여자분하고 점심을 나눠먹을게요. - <<이웃분>>이란 단어에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쥐굴리>> 운전수가 심각하게 말했다.

- 어이, 클라바! 들었지! 4인 분 준비해야겠어. 오늘은 이웃이 한 명 있어. – 건축중인 건물의 베란다에서 점심 준비에 분주한 아내에게 소리쳤다.

- 좋아요 여인이 응대했다 모두에게 충분할 거에요. 그리고는 쏘냐에게 말한다. , 쏘냐야,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려므나.

- 고맙습니다 행복에 넘치는 쏘냐가 답했다.

<<쥐굴리>>가 떠나고 없자, 쏘냐는 말둑 사이에 당겨 매놓은 줄을 따라 걸었다. 천천히 걷다가 때로는 걸음을 멈추는가하면 쪼그려 앉아 뭔가를 손으로 만져보고는 다시 걷는다. 그렇게 자기 땅의 경계를 한 바퀴 다 걸었다.

그리고 난 다음 헥타르 땅의 중심에 서서 사방의 경계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문득 양손을 펼치고는 뛰었다. 깡총깡총, 빙글빙글.

점심식사 후, 자기 땅에서 뛰어 돌아다니느라 지친 소녀를 본 클라바는 소녀에게 접이식 침대에서 눈을 좀 붙이라고 권했지만 피곤한 쏘냐는 이렇게 답했다:

- 괜찮으시다면 못쓰는 옷이나 뭐 있으면 깔게 내게 좀 주세요. 난 내 땅에서 자작나무 곁에서 좀 잘게요.

니콜라이가 소녀의 땅 자작나무 곁에 접이식 침대며 매트리스 그리고 옷가지를 가져다 줬다. 소녀는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이것은 자신의 혈육같은 땅에서 잔 첫 잠이었다.

고아원에서는 처음에 누가 봐도 풀 수 없을 듯한 문제가 발생했다. 쏘냐는 매일매일 자기의 1헥타르 땅에 갔다 올테니 허락해달라고 보육선생님을 졸랐다.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애가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을 홀로 남겨둘 수도 없어 보육원 선생님이 그 애를 데려다 줄 수는 없다는 설명은 도무지 도움이 되질 못했다.

쏘냐는 고아원 원장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원장 선생님께 자기는 반드시 자기 땅에 갔다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웃 부지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나무를 심고 있고, 곧 거기에는 나무들이 꽃을 피울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자기 땅은 버려진 것처럼 보일 것이고, 아무 것도 꽃이 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갔다와야 한다고 했다.

결국, 고아원 원장 선생님은 쏘냐도 수긍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 말했다:

- 쏘냐야, 지금은 너를 네 부지에 데려다 줄 수가 없구나. 다른 것은 다 고사하더라도 너는 보름을 더 공부해야 해. 보름이 지나면 방학이 시작되고 내가 네 부지의 이웃과 한 번 얘기를 해보마. 그 사람들이 너를 봐줄 수 있다고 허락하면 방학동안 네가 얼마간 네 부지에 가 있도록 허락하마. 일주일이나 혹은 더 길게. 그리고 너는 보름 동안 네 땅을 위해 이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거다. , 이 소책자를 받아서 읽거라. 책 하나에는 이랑을 만드는 법이 쓰여있고, 다른 하나에는 어떤 약초가 있는지 쓰여있다. 네가 모범생처럼 굴면 방학에 맞추어 여러 가지 씨앗도 준비해주겠다.

쏘냐는 모범생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유시간에는 교장선생님이 선물한 두 권의 소책자만 내내 읽었다. 잠자리에 들 때는 자기 땅에 온갖 식물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꿈꾸고 상상했다. 한 번은 다른 모든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쏘냐는 창문을 통과해 들어온 달빛 아래서 나무와 꽃을 그리는 모습을 야간 주번 아줌마가 목격한 적도있다.

이웃들은 소녀아이를 지켜보겠다 동의를 했고, 여름 방학이 되자, 원장 선생님이 직접 <<쥐굴리>> 승용차 트렁크에 2주일 먹을 마른 식량, , 갈퀴, 씨앗이 든 봉투를 싣는 일을 도왔다

니콜라이는 고아원에서 비상 식량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교장 선생님 말씀은, 쏘냐는 독립심이 강한 아이이고,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어하지 않으며, 그 애가 자기 먹을 식량이 있는 것을 보면 더 좋을 것이라 했다. 

아 그리고 쏘냐한테 침낭을 하나 새 것으로 더 넣어주었다.니콜라이 이웃에 사는 한 가족이 이미 완공된 자기 집 1층에 방 하나와 침대를 준비해 고아원 여자 아이에게 주려했지만

쏘냐가 차에 오르자 쏘냐를 마중한다고 나온 그날 고아원 근무자들은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행복으로 환하게 밝은 얼굴을 보고싶어했다.

3일 밤을 쏘냐는 이웃이 쏘냐에게 제공한 방에서 잠을 잤고 낮에는 자신의 피붙이 땅 생지에서 하루 온 종일 지냈다.

3일째 되던 날은 니콜아이의 생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텐트를 가져온 젊은 부부도 있었다. 다음날 손님들은 다 흩어지고 텐트 홀로 남게되었다.

- 젊은 부부는 니콜라이한테 말했다 이건 우리가 주는 선물이야.

쏘냐는 니콜라이에게 다가가 텐트에서 자게 해달라고 했다. 니콜라이는 허락을 했다:

-물론이지, 하고 싶으면 그리 하거라. 근데 왜? 방안이 후덥지근하던?

- 방은 좋아요 소녀는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땅에서 자잖아요. 내 땅은 밤에 홀로 외로워요. 여러 부지에서 불이 환한데 내 땅은 어두워요.

- 그러니까, 내가 네 땅으로 텐트를 옮겨달라는 거지?

-, 부디 그리 해 주세요, 콜랴 아저씨, 자작나무 곁에다요. 시간이 있고, 어렵지 않으시다면……

그날 이후 쏘냐는 자기 땅 자작나무 곁에 설치한 천막에서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천막 옆 물통으로 다가가 컵으로 물을 떠서는 입에 한 모금 물고 손바닥을 펴쳐 물줄기를 가늘게 뿜어 세수를 했다.

 그 다음 자기가 직접 그린 부지 설계안이 담긴 앨범을 가져다 요리조리 살펴보곤했다.  이어 꽃밭과 이랑을 만든다고 분주하다.

원장선생님이 쏘냐에게 선물한 조그만 삽은 날카로왔지만 쏘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삽날을 땅 속 깊이까지 디밀지는 못했다. 반 정도만 찔러 넣을 힘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쏘냐는 이랑을 만들어냈다.

이웃 니콜라이가 쏘냐에게 쏘냐가 지시한 곳을 관리기로 파엎겠다 제안했지만 쏘냐는 단호히 거절했다. 쏘냐는 누구든 자기 땅에 들어오는 걸 반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걸 느낄 수 있었고 말뚝과 말뚝 사이 사이의 줄로 표시된 경계를 소녀가 모르게 넘지 않으려 애썼다. 심지어는 니콜라이도 아침메 기상하여 아침을 먹으라고 쏘냐를 부르러 가서도 줄까지만 다가서서 그곳에서 쏘냐를 불렀다.

소녀가 자립을 위한 특별한 갈망이었는지 아니면 남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는지 아무튼 쏘냐는 어떤 것도 남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마을의 주민 누구든 쏘냐에게 때론 옷가지, 때론 사탕 또는 자기 집에서 쓰던 다른 물건을 전하기라도하면, 쏘냐는 공손히 고맙다고는 했지만 받기는 한사코 사양했다.

쏘냐는 자기 땅에 머문 2주 동안 이랑을 세 개 만들어 씨를 뿌렸다. 그 가운데에 화단을 커다랗게 만들었다.

쏘냐가 자기 땅에 머문지 2주가 지나고 그 마지막 날 아침, 니콜라이는 여느 때와 같이 쏘냐를 아침식사에 부르러 그 아이의 경계에 다가섰다.

소녀는 자기 화단 곁에 서있다. 아무 것도 싹튼 것은 없다. 소녀는 그것만을 쳐다보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니콜라이에게 답한다:

- 콜랴 아저씨, 오늘은 저를 아침식사에 부르실 필요 없어요. 오늘은 안 먹을래요.

나콜라이가 전하기로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서 뭔가 와락 터질듯한, 억지로 참고있는 듯한 통곡을 느꼈다고 했다. 니콜라이는 무슨 일인지 따져 물으려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쌍안경으로 쏘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기 땅을 걸어돌며 풀을 손으로 만져주고 이랑에 있는 무언가를 옳게 바로 잡았다. 그리고 나서는 자작나무에 다가가 작은 손으로 잡고 있는데 그 아이의 자그마한 양 어깨가 폴싹폴싹 떨고있었다.                                                                                                                                                                                                                                

점심 때가 되자 고아원의 낡은 미니버스가 쏘냐를 데리러왔다. 운전기사는 니콜라이 가원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신호를 보냈다. 니콜라이 말이다.

- 내가 쌍안경으로 보니, 그 애는 자신의 허술한 물건들, 삽이며 갈퀴를 주워 모아서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우리가 있는 쪽으로 행했어요. 쌍안경을 통해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난 어쩔 수 없었어요. 핸드폰을 들 수밖에. 고아원 원장님과 바로 통화가 돼서 다행이지요. 내가 원장선생님한테 말했어요. 어떤 종이서류라도 서명하겠다고, 아이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휴가를 내서 계속 한 발도 떼지 않고 부지에 있겠다고, 쏘냐가 방학이 끝날 때까지 자기 헥타르에만 있게 해달라고.

고아원의 모든 아이들이 치료 휴양차 바닷가의 여름 휴양소로 떠나야 한다고 원장선생님이 설명하려들더라고요. 이런 기회를 오래 전부터 노리고 있었고, 이제 후원인이 나타나 지금 막 떠나려 한다고. 난 원장선생님한데 남자 대 남자의 말투로 말했지요. 그러자 원장 선생님은 삐지지 않고 내게 단호히 답하데요. 그리고 덧붙혔어요. <<우리 기사한테 전화기 좀 넘겨봐요. 내일 내가 직접 그리로 가죠>>

난 얼른 뛰어나와 기사에게 전화기를 건네고는 내가 직접 말해버렸죠.

- 어이, 친구, 빨리 없어져.

운전기사는 떠났죠. 이때 쏘냐가 다가와 묻는 거에요:

- 콜랴 아저씨, 나 데리러 왔던 버스지요? 그런데 왜 가버렸어요?

원장선생님과 전화 통화에 왠지 엄청 긴장했던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어요. 손은 떨렸고.  아이한테 말했어요.

- 너 데리러 왔을 줄 알고? 아니야, 그냥 온 거야. 식품이나 그 외 뭐 네게 더 필요한 거 있나 물어보려구. 내가 없어도 된다고 했어.

소녀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뭔가를 이해한 듯 조용히 말했어요:

- 고마워요, 콜랴 아저씨.  그리고는 걷는가 했더니, 자기 땅을 향해 빠르게 뛰었지요.

고아원 원장이 당도한 시간은 아침이었지만 난 벌써 일어나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 사람은 나한테로 오지 않고 바로 천막을 향해 갔어요.  그 사람한테 말할 새를 놓쳤어요, 초대 없이는 줄을 넘을 수는 없다고. 그런데 그 사람 대단하데요. 스스로 알아차렸어요. 더 대단한 것은, 어린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곧바로 말했어요, 소녀 아이가 자기 쪽으로 나오도록:

- 날이 좋구나, 안녕, 쏘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네게 둘렀다. 우린 바다에 갈 건데 넌 어찌하겠느냐? 여기 남을래 아니면 우리와 함께 바다에 갈래?

- 여기요! – 그건 말이 아니었다. 고함소리였다.

- 나도 그럴거라 생각했지 원장선생님이 답했다 그래서 네게 줄 비상식량으로 가져왔지

-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 허비 마세요. 내겐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 필요없다니? 그럼 내가 어찌해야 하니? 나라에서 보육원생한테 돈이 나오는데, 너는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알아서 먹겠다고?  그럼 난 나랏돈을 어떻게 썼다고 보고하지? 아니야, 네가 받아야 해, 도와주라. , 알렉세이치, 내리지. 우리가 들어가도 되겠니, 쏘냐, 네 살림을 보여줄 수 있겠니?

상황을 파악하느라 쏘냐는 얼마간 원장선생님을 바라만보았지요. 그러다 미니버스 운전기사가 무슨 무거운 가방을 차에서 내리는 걸 보더니, 자기가 방학이 끝날 때까지 자기 땅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알아차리고는 기쁘게 소리쳤습니다:

- 아이구, 내가 왜 이러지…… 들어오세요. 여기 쪽문이 있어요. 여기엔 줄이 없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내 살림을 보여드릴게요. 콜랴 아저씨, 아저씨도 들어오세요.

소녀는 우리를 자기 천막안으로 안내하고는, 바로, 천막 옆에 있던 작은 물통의 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 이 물은요, 제가 샘에서 떠온 물이에요. 맛있어요. 수도물보다 좋아요.

- 암 그래야지 원장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반 컵쯤 물을 떠서는 만족스레 마셨다 좋다!

그리고 나도 마셨다. 운전기사도 마셨다. 우리 모두는 쏘냐의 물을 칭친했고, 쏘냐는 그것으로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아마, 쏘냐는 일생에 처음으로 뭔가 자기것을 가져본 것일 것이다. 그게 하찮은 물일지라도 자기 것이고 또 그 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의 것을 어른에게 줄 수 있었다. 쏘냐는 자기가 세상의 일부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 다음 우리는 시간 반인가 두 시간쯤 무엇을 벌써 심었는지, 심을 것인지 전하는 열띤 쏘냐의 말을 들었다. 쏘냐는 장래 자기 가원의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아이의 설계도-그림에는 집이 보이지 않았다.

- 우리는 이제 가봐야겠다 쏘냐에게 원장선생님이 말했다 이 짐은 네가 직접 풀어보거라. 충전 기능이 있는 손전등을 내가 너 주려고 가져왔다.  그거로 멀리 비춰볼 수도 있고 낮의 빛 램프로 전환하면 독서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네가 읽어야 할 책도 많을 게다.  부지 디자인에 대한 잡지, 온갖 식물재배에 관한 책, 민간의학에 대한 책들을 많이 가져왔다.

- 아이구, 제가 또 잊고 있었네요. – 쏘냐가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 잠깐만요.

그 아이가 천막의 덮개를 한쪽으로 걷어내니, 그 천막 안에 팽팽히 매놓은 줄에 갖가지 풀 다발들이 걸린 것이보였다.

- 아이는 그 다발을 몇 개 걷어서 원장선생님께 건냈다.

- 이건 애기똥풀이에요, 풀 이름이 그래요. 이건 우리 반 까짜한테 주는 거에요. 다려서 마시면 돼요. 그 애는 자주 아프거든요. 원장 선생님이 제게 주신 소책자에서 읽었어요그래서 많이 말린 거에요.

- 고맙구나

이 원장 선생님이란 사람 좋은 사람같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나중 그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내게 쏘냐의 행동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몇 가지 진지한 충고를 해주었다.

쏘냐는 그렇게 여름 내내 자기의 헥타르 땅에서, 천막에서 살았다.  가운데에서는 그 아이가 만든 꽃밭이 멋진 꽃들로 활짝 피었다. 이랑에는 파, 빨간 무, 그 외의 것들이 자랐다.  낮이 짧아지자 저넉마다 자작나무 아래 천막 안에서 손전등의 불빛이 깜박이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쏘냐는 민간의학 책을 읽었고 앨범에다 자기 땅의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

여름이 다 지날 무렵 고아원의 낡은 미니버스가 쏘냐를 데리러 왔다.  난 쏘냐의 물자를 차에 싣는 일을 거들었는데, 실을 것이 꽤 됐다. 풀 다발만 해도 200여개는 말렸고, 감자 한 자루, 호박 3. 그렇게 미니버스가 가득찼다.  난 쏘냐에게 물었다:

- 그래, 내년은 어떻할 테냐? 네 천막을 내가 보관하련?

- 다음 방학에 꼭 올 거에요. 첫 날에 바로 내 땅으로 올 거에요. 콜랴 아저씨, 이저씨는 좋은 이웃이에요. 좋은 이웃이 돼줘서 고마워요.

그리고는 어른스럽게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은 단단해져 있었다. 그뿐아니라 쏘냐는 여름 동안 까맣게 탄 건 물론이고 튼튼해졌으며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 이듬해, 그 아이는 과일나무 묘목 외 여러 묘를 가져와서는 바로 일에 착수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마을회의에서 쏘냐에게 조그마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사업가의 아내이자 최고 큰 저택을 지은 지나는 고집스레 주장했다. 작으면 안된다고.

- 다른 사람들 눈 보기가 창피해요. 마을 사람 모두가 궁전같은 집을 짓는데 딱 하나 있는 어린애가 천막에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손님들이 와서 보고 우리를 뭐라 생각하겠어요!

내가 소녀의 성격을 알고, 그 애는 적선이라면 어떤 것이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기에, 집의 건축에 대한 그 애와의 협상은 내게 위임되었다.

난 그 아이한테 가서 말했다: 쏘냐야, 마을 사람들이 회의에서 너한테 조그마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너는 집을 지을 자리만 지정하거라. 그런데 그 아이는 내게 뭔가 겁 먹은 듯 묻는다.

- 콜랴 아저씨, 자그마한 집이 값이 얼마나 될까요?

난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 , 그러니까, 각 가족마다 2천씩.

- 2천씩이요? 그건 정말 큰 돈이잖아요. 사람들은 자기 자식한테는 그보다 적은 것을 사줘요. 나한테 큰 돈을 쓰는 거에요. 콜랴 아저씨, 간절히 부탁드려요: 지금 당장은 내게 집이 필요없다고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난 아직 집 지을 자리도 정하지 못했어요. 콜랴 아저씨, 부탁이에요, 설명해주세요, 제발, 사람들한테

그 아이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1헥타르를 받은 쏘냐는 평생 처음으로 독립감을 맛보았다. 땅은 그 아이의 부모를 대신했다. 땅은 그 아이를 그 아이는 땅을 서로 필요로 했다.

어떤 본능적인 느낌으로 그 아이는, 다른 누군가가 땅을 건드리는 걸 자기 땅이 원치 않는다는 걸 느꼈다. 상상했던가. 그러질 않기를 바라지만 집을 다 지은 연휴에 쏘냐를 질책한다면, 그것이 소리 없는 비난일 지라도그 아이한텐 자기 소유의 집보다 자신의 독립이 더 소중한 것이다.

난 소녀에게 강제로 어떤 선물도 하지 말자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호수 쪽에서 달려와 쏘냐의 부지를 지난다. 그 맨 앞에 사업가의 아들 에직이 비싼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 아이는 늘 쏘냐를 놀려대며 쏘냐보다 고작 세살 위면서도 쏘냐를 꼬마라고 불렀다.

- , 꼬마야 에직이 쏘냐에게 소리친다 , 조경 디자인만 줄창 하느데 실증도 안 나야? 그러지 말고 우리랑 좋은 구경이나 하러 가자.

- 무슨 좋은 구경 쏘냐가 묻는다.

- 우리 아빠가 지금 건설현장에서 쓰던 컨테이너집을 태워버릴 거야, 저기 봐, 혹시 모르니까 소방차들이 와서 대기중이야.

- 왜 태워버리는데?

- 보기 안 좋으니까.

- 그거 타고나면 그 곳 땅에선 오랫동안 아무 것도 못 자라.

- 왜 안 자라는데?

- 온갖 이로운 지렁이며 벌레들이 다 타 죽으니까. 이거 봐, 내가 천막 옆에 모닥불을 피웠는데 이곳에선 아무 것도 안 자랐잖아.

- 우와, 너 꼬마 관찰력이 대단한데. 그럼 빨리 우리 지렁이를 구해줘. 낡은 컨테이너이니 너가 가져. 우리 아빠는 그걸 어디로 버려야할지 모르니깐.

- 그거 무거울텐데 내가 어떻게 그걸 가져?

- 맨날 어떻게 어떻게는. 당연히 크레인이 있어야지. 내일 모래 우리 집으로 크레인이 올 거야. 풍력발전기 설치하러. 그러니까 가져가. 안 그러면 지금 엄청난 모닥불을 보게 될 거야.

- 좋아, 에직. 내가 너네 컨테이너 집 가져갈게.

- 그럼 가자구.

이웃의 어른이며 어린 아이들이 에직네 대저택 주변에 많이 모여있었다. 소방대는 준비완료. 그때 기름 통을 들고 건축현장 컨테이너로 향하는 자기 아버지한테 다가가 에직이 말한다.  에직의 말에 어린아이들은 대실망이다. 어른들은 반갑게 놀란다.

- 아버지, 이 컨테이너 태우지 마세요.

- 태우지 말라니, ?

- 내가 그걸 선물했어요.

- 누구한테?

- 꼬마한테요.

- 어떤 코마?

- 아 그 동네 끝 쪽에 사는 쏘냐한테요.

- 그래서, 그 아이가 그런다고 하던? 네가 주는 선물을 받겠대?

-  아버지, 날 못 믿겠으면 아버지가 직접 물어보세요.

에직은 아이들 무리 속에 섞여있는 쏘냐의손을 잡아 자기 아버지한테 데려왔다.

- 이 상자 집 네가 가져가겠다고 말해. 말하라니까.

- 내가 가져갈게요. – 쏘냐가 조용히 답했다.

오흐, 사업가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터져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오, 이런 일이. 누구한테도 어떤 것도 받지 않는 쏘냐가, 그런 독특한 쏘냐가 우리 아들 에직한테서는 선물을 받다니

어린 아이들이 다 흩어지고 사업가는 자기 저택의 인테리어를 공사하는 사람들 모두를 불러 이렇게 말한다.

, 아저씨들, 어떤 재료를 써도 좋아요. 밤낮으로 일하세요. 임금은 두 배로 드리죠. 이틀 후 이 창고 내부를 유럽식 인테리어로만  싹 바뀌놓아요. 밖은 지금처럼 누덕누덕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부는

이틀 후, 자작나무 옆, 쏘냐의 천막이 서있던 곳에는 빨간 벽돌 기초 위에 낡고 헌 건축현장 컨테이너 창고가 놓였다. 낡고 헐었지만 칠을 할 수 있게 준비작업을 해놓은 상태였고, 그 안에는 핀란드 산 페인트와 붓들이 들어있었다.

쏘냐는 후에 그것에, 평생 최초의 자신의 집, 자기의 피붙이 땅에 선 자기 집에 손수 칠을 했다.  이 작은 집은 이듬 해에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조그만 집으로 변신했다. 담장이 덩굴과 머루나무에 휘감겼고 주변에는 화단이 놓였다.

 

*     *     *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쏘냐는 학업을 마치고 자기 가원에서 벌써 1년째 살고있다. 우거진 녹음, 꽃 피는 동산, 그 속에 고급저택들이 솟아있다. 그런데 최고의, 최고 아름다운 가원은 쏘냐의 것이었다. 쏘냐의 동갑내기들은 고아원을 등지고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기숙사만 있다면야 그 어떤 전문학교라도비집고 들어가려고 애를 쓸 때, 간신히 입에 풀칠할 정도만 되면 그 어떤 일자리라도 찾아 나설 때, 쏘냐는 이미 갖춘사람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관리인에게 잉여 과일이며 야채를 내놓았다. 가원에서 재배한 것은 꽤 비싼 가격에 도매로 팔렸다. 유럽연합으로 수출되어 친환경 농산물을 파는 전문매장으로 팔려나갔다. 쏘냐의 농산물 대부분은 그녀와 그녀의 동화 같은 가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구매하기는 했지만 쏘냐도 관리인에게 자신의 가원에서 재배한 것을 맡겼다.  

게다가 쏘냐는 약초를 뜯어 모아서 여러 사람들이 병에서 낫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은 계속 가원에 살고 있는 부모를 찾아 뵈러 에직이 왔다. 에직은 벌써 3년째 미국의 최우수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에직은 그런데 어려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외국 물과 음식 때문인지 간과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을 하기 전 일주일 간 부모 집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에직의 엄마 지나이다가 아들에게 권했다:

- 아들아, 우리 마을에 치료사가 있는데 한 번 갖다오자. 혹 아냐.

- 무슨 말이에요, 엄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대요?  서구의 의학수준은 이미 높은 경지에 있어요. 필요하면 잘나내고 바꿔요. 걱정 마세요. 이상한 돌팔이 아줌마한테 나 안 가요. 그건 옛날 얘기에요.

-  내 말은 아줌마들한테 가자는 게 아니야. 너 기억하지, 우리 마을 저 끝쪽에 사는 고아원에서 온 쪼그만 여자 아이, 선물 받은 헥타르 땅을 혼자 자기 힘으로 가꿔서 모두가 놀랐었잖아.

- , 그 꼬마요? 조금 기억나요.

- 이젠 꼬마가 아니란다, 아들아, 아주 존경 받는 사람이야. 그 애의 손으로 재배한 것이라면 관리인들은 돈을 두 배나 주고 산다고. 또 그 애가 모은 약초를 산다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걸.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느데도.

- 꼬마가 지식을 어디서 얻는데요?

- 1학년 때부터 여름이면 자기 땅에 와서 지냈잖아. 겨울에는 매일 매일 농사, 민간의학에 대한 책을 읽었지. 어릴 적 지혜는 날카로와 모든 걸 잘 받아들이는 법이야. 책에서 많은 걸 길었지.  사람들 말로는 그래, 그 애 스스로 더 많은 걸 깨쳤다고. 식물이 그 애를 이해한다고도 하더라, 식물들과 대화를 한대.

- , 그 꼬마가! 치료해주고 돈은 얼마나 받는대요?

- 가끔 받기도 하지만 공짜로 치료해주기도 해. 지난 가을 연못가에서 그 아이를 봤는데 그 애가 내 눈을 보더니 이러더라: <<지나 아주머니, 눈의 희자위가 좀 이상해요. 이 풀을 가져다가 약물을 우려내서 마시세요. 괜찮아질 거에요>> 그리고 좋아졌어. 내 눈의 흰자위는 진짜 문제가 있었어. 간이 안 좋았거든. 이젠 안 아파. 아들, 한 번만 가보자. 네 간도 혹 좋아질지 누가 아냐!

- 엄마, 내 문제는 간 뿐이 아니에요. 이미 진단이 났어요. 신장을 도려낼 거에요. 그러니 무슨 약물로는 도움이 안 되요. 그렇지만 한 번 가봐요. 꼬마의 가원을 보고 싶어요. 낙원이라고들 사람들이 말하대요.

 

*     *     *

 

- 우와! 멋지게 해놓았구나 어머니와 함께 쏘냐의 가원에 다가온 에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대저택과 돌담장에 온 힘을 쏟아부을 때, 쏘냐는 그야말로 낙원을 지었구나. 엄마 저것 봐요, 푸르고 멋진 울타리를 길렀내요!

- 네가 그 아이의 정원을 봐야 해, 더 놀라울 건 없을 걸. 하지만 아주 소수의 사람만을 그 애는 자기 정원에 들인단다 자나이다가 덧붙였다.

쪽문을 살짝 열고 큰 목소리로 불렀다:

쏘냐, 집에 있으면 나와 봐라. 쏘냐! 집에 있니?

조그만 집, 과거 건축용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고 한 처녀가 현관계단으로 나왔다.  숱이 많아 단단히 딴 아마빛 댕기머리를 우아한 손동작으로 어깨 뒤로 넘겼다. 지나이다가 아들을 대동하고 온 걸 보고 처녀의 볼에는 홍조가 돌았다. 탱탱한 가슴에 착 달라붙는 상의의 윗단추를 채우고 가볍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우아한 걸음걸이로 젊은 미인이 계단을 내려와 자나이다와 에직이 서있는 쪽문 쪽으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지나 아주머니. 오신 거 축하해요, 에두아르드. 원하신다면 제 집이나 정원으로 들어오세요.

 - 초대해줘서 고마워, 얼마고 들어가야지 지나이다가 답했다.

그런데 에직은 아무 말도 못했다. 심지어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 그런데 쏘냐야 정원으로 들어가며 지나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아들이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해야 한대. 미국에서 수술을 한다 해도 나는, 엄마는 걱정이 돼.

쏘냐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에직에게 물었다:

- 에두아르드, 어디가 아프세요?

- 심장이 간신히 들리는 목소리로 에직이 답했다. 

- 심장이라니? – 지나이다가 소리질렀다 너 간, 신장이라 그랬잖아? 거짓말이었어, 내가 걱정할까봐?

- 거짓말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 심장이 뛰어요. 여기 만져봐요. 얼마나 뛰는지 엄마 손을 잡아서 자기 가슴에 댄다 들리죠? 이 처녀 미인 아가씨가 당장 내게 시집을 오라고 엄마가 설득 못하면, 내 심장은 떨어져나와 터져버릴 거에요.

- 아이구 농담도 잘 하는구나 지나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놀라 죽을 뻔했다.

- 엄마, 나 농담아니에요 에직은 심각하게 대답했다.

- 농담이 아니라면 지나이다가 유쾌히 말을 이었다 잘 알거라, 온 마을 절반이 이미 쏘냐에게 자기 아들을 장가 보낸다며 중신아비를 보냈다.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 쏘냐가 시집을 가려고 안 해. 왜 안 가는지 직접 물어봐라. 엄마를 밀지 말고.

에직은 쏘냐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 쏘냐, 왜 누구한테도 시집을 안 갔어요?

- 왜냐하면, - 쏘냐가 조용히 대답했다 난 너를 기다렸어, 에직.

- 에이 농담꾼들, 엄마를 가지고 놀리는 거야?

- 엄마 지금 당장 우리를 축복해주세요. 나 농담아이에요. 에직히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쏘냐의 손을 잡았다.

- 나도 농담아니에요, 지나 아주머니 쏘냐가 심각하게 말했다.

- 농담이 아니라고그렇다면, , 쏘냐농담이 아니라고

그럼, 농담이 아니라면 왜 아주머니라 하니, 엄마라 해야지!

- 좋아요. 엄마라고 부를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쏘냐가 말했다 지나이다 쪽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결단력이 부족한듯 멈추고 말았다.

지나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바로 알 도리가 없었다. 복권당첨이야 농담이야? 지나이다는 심각하게 쏘냐와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어느 순간 지나이다는 두 젊은이의 의향이 진심임을 알아차리고, 순간, 쏘냐에게 달려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 쏘냐, 쏘네츠카, 딸아, 난 이제 알았어. 두 사람이 진심이라는 거. 지나이다에 꼭 안긴 쏘냐의 어깨도 들썩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 그래요, 엄마, 진심이에요. 네 그래요. 아주 진심이에요.

이어서 두 젊은이는 서로 손을 잡고, 천천히 주위의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을 길을 걸어서 에직의 집으로 갔다. 지나이다가 앞서 길을 갔다. 지나이다는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달려가서 수다를 떨었다.

- 우리가 왔어요그런데 저 애들은 단박에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나는 단박에 축복을 해줬어요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저 애들은 단박에 사랑에 빠졌어요. 나는 말했어요그런데 재들이 내게 엄마, 오늘, 결혼, 선량한 사람들, 어찌 이런 일이?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고 공식적으로 해야,,, 그러면 안 되잖아요.

대충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아내의 말. 사람들이 들어서자 맞으러 나온 남편이자 사업가이자 에직의 아버지는 두 젊은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 에이구 지나이다, 당신은 항상 수다가 많아. 오늘 결혼식을 치룰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이 젊은이들을 봐. 결혼식은 오늘이 아닌 바로 지금 당장해야 해.

에직은 아버지에 다가가 아버지를 안았다.

- 고마워요, 아버지.

- 고맙다니포옹은 무슨. 고리카 (역주: 신혼부부에게 뽀뽀를 독촉하는 외침)소리를 외쳐야지!  

- 고리카! 고리카!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에직과 쏘냐는 마을 사람 모두 앞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결혼식에 모였다. 공기가 신선한 노천에 임시로 설치한 식탁도 모두가 함께 차렸다.  러시아 사람 술판이 시끄럽지만 이곳에선 밤늦게까지 결혼식 선율이 울렸다.

신혼부부는 부모들의 설득에도 아랑곳 않고, 궁정과 같은 대저택은 마다하고, 쏘냐의 조그마한 집에 둥지를 틀었다.

- 아버지, 이거 보세요 에직이 말했다 우리는 헥타르 절반에 궁전이며 온갖 건축물을 지었어요. 그런데 쏘냐의 가원에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공기가 우리한텐 없어요. 절반을 헐어버려야 해요.

사업가는 그 후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그런데 모두가 놀랍게도 부속 건물들을 헐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리석게 건물만 지어댔지. 손자들은 이런 카타콤에 살고 싶지 않을 거야.

쏘냐와 에직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