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밀랍초 만들기
며칠을 벼르다가 오늘에야 작정을 했습니다. 꿀벌이 장수말벌의 무차별 공급과 폭격을 당한 이후, 원래 있던 산언덕 참나무 숲에서 옮겨다 우리집 앞마당에 놓았습니다. 숫자는 그 이후에도 계속 줄다가, 월동을 시켜야겠기에 다시 그곳에서 따뜻한 양지로 옮겨놓았더니 벌들이 옮기기 전 자리에서 한 일주일인가 맴돌더니, 어느날 보니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저의 올해 벌농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벌집은 남아있어 내년에는 올해의 쓴 경험을 거울 삼아 다시해야지, 남은 벌집을 새로 이사들어오는 벌들이 사용하겠지 했는데, 양봉 아저씨 왈, "다른 벌은 안 들어가 살아!" 그럼 어쩌죠. 어티게는 뭐 어티게...
벌집을 뜯어서 밀랍 초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1. 벌집 뜯기
장수말벌에 당하기 전까지 만들어 놓은 벌집입니다. 꿀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꽃가루가 간간히 들어있습니다. 빼서 먹어보니 옛날의 다식 맛이 납니다.
2. 심지
이런 저런 곳을 살펴보니 목화로 만든 실이 심지로 최적이라 합니다. 집에 있는 실에다 불을 붙여보니 다들 화들짝 타고 맙니다. 석유에서 뺀 섬유사들이 틀림없는 것이죠. 궁리궁리하다 집에 있는 파라핀 양초를 깨트려 심지로 삼기로 했습니다.
3. 밀랍 분리 추출과정
큰 용기에 물을 붓고 팔팔 끓였습니다. 끊는 물 위에 작은 용기를 띄워서 거기다 양초를 넣고 녹입니다. 실험 용으로 양초를 녹여 파라핀을 얻고, 파라핀 녹은 것을 컵에 부어 컵에 담긴 양초를 제작했습니다. 밀랍은 귀한 거라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실습을 한 거지요.
동일한 과정으로 밀랍을 녹입니다. 그러나.... 녹지 않습니다. 밀랍은 파라핀보다 녹는 온도가 훨씬 높고, 밀랍이외에 이물질들이 많아 녹지 않았던 거지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돌발했습니다.
결국 중탕으로는 되지 않아서 끊는 물에 그냥 꾸겨 넣었습니다. 부글부글 끊어오릅니다. 노란색 초가 아닌 무슨 시커먼 이물질들만 넘쳐납니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이렇게 추출해냈습니다. 펄펄 끊는 용기 위에 조그만 소쿠리(채)를 얹어 꾸욱 누르면서 스며나온 액체를 국자로 떠서 찬물에 부었습니다. 꿀 향이 집안 가득 진동합니다.
노오란 밀랍이 방긋 웃습니다. 추출된 밀랍에는 불순물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2차 분리 과정이 또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 했습니다. 좀 더 깨끗한 밀립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밀랍 재료가 준비되었습니다.
4. 컵에 담기
중탕으로 녹인 밀랍을 컵에 붓기 전에 심지를 심습니다. 심지 없는 초는 초가 아니것죠^^
목화실을 중탕 중인 밀랍에 담그면 밀랍이 뭍어서 실에 달라붙습니다. 그 빳빳한 심지란 놈을 컵의 중간에 위치토록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해서 결국 세웁니다. 거기다 끊는 밀랍을 부으면 끝입니다.
그림에서 보는 진짜 밀랍초가 완성됩니다. 꿀 냄새가 폴폴 나는 진짜 초입니다. 벌 한통 분량의 벌집을 녹이면 사이다 컵으로 3-4잔의 밀랍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조언: 컵 밑 바닥에 물이 고일랑말랑하게 물을 부어두어야 나중에 초와 컵이 순순히 분리됩니다......밀랍초 완성.......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