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家園

장수말벌

haanbs 2007. 8. 12. 12:35

장수에 가느라 이틀을 비운 새, 장수말벌이 들었습니다.

 

장수말벌과 꿀벌은 사자와 생쥐같은 존재입니다. 생쥐가 사자를 어찌할 수 없듯이 꿀벌은 장수말벌을 어찌해 볼 수 없는 존재입니다. 2틀 전만에도 저를 위안하고 달래주던 것 중 하나가, 벌통 옆에 앉아서 분주한 벌들의 비행을 바라보고 벌통에서 폴폴 새 나오는 꿀 냄새에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코를 통해 들어온 향이 폐를 거쳐 온몸을 달래고 치유해주리란 확신 같은 게 있었습니다.

 

벌통을 처음 열어보았습니다. 벌이 하는 일에 간섭을 안 한다고 그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향긋한 벌꿀의 냄새는 사라지고 역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죽은 벌이 바닥에 쌓여 한 두 됫박은 되고도 남을 듯하였습니다. 사체가 2틀여 지나며 썩어서 냄새를 뿌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벌통을 열고 벌집을 만져도 벌은 양순하기만 합니다. 나의 체내를 이미 벌써부터 알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아마, 내 손을 보고  안도의 숨을 돌렸을 듯 합니다. 사체를 치워주고, 주변을 정리한 다음 다시 닫아 두었습니다. 장수말벌은 지금도 계속 날아듭니다. 꿀은 하나도 없는 듯 합니다. 장수말벌이 다 먹어 치우지는 못할 것 같고, 꿀벌이 아마 다시 다 먹었을 듯 한데, 아마 지금 힘을 비축했다 다시 다음 일에 쓰려는 계획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생기는 없고, 지금 벌통은 소강 상태입니다.

 

미꾸라지 운송할 때 메기를 넣어두면 죽지 않고 사는 놈이 더 많다고 합니다. 아나스타시야 얘기 중에 이런 장면이 있지요. 늙은 독수리가 아들을 데리고 하늘 높이 날고 난 이후였습니다. 힘에 부쳐서 독수리가 비틀거리자 늑대가 하얀 이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립니다.

 

- 당신의 법은 얼마나 정확하고 준엄합니까. 그렇지만 난 독수리가 불쌍합니다.

 

꿀벌이 불쌍합니다.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벌통을 집 근처에 두지 않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그 보다 더 큰 하느님의 뜻, 자연의 섭리가 있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벌들이 일한 결과입니다. 사진을 보세요.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하지요?

 

장수말벌을 물리치는 일본벌(우리 토종벌과 외모가 비슷합니다. 같은 종일 수도 있겠네요)을 촬용한 영상입니다. 양봉은 외국에서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종인지라, 우리 토종 장수말벌을 물리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는가본데, 토종벌은 방법이 있다는군요... 그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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