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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기 스스로 짓는 것

haanbs 2007. 2. 27. 01:08

행복은 자기 스스로 짓는 것

 

알렉산드르가 얘기를 멈추자 난 그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속에 담고 있을 수가 없었다.

- 이제 다 알 것 같군. 텐트, 통 다 남겨두었다고. 머리가 센 것으로 끝났다니 난 그거 하나 아쉽구만. 아나스타시야가 바보지. 뻔한 걸 가지고. 당신들을 보고 몇 마디 말만 들어보면 보통사람이라도 다 알 걸 앞에 서있는 자들이 누군인지 뭘 원하는지 알 거 아냐. 그런 당신들한테 속마음을 다 털어 놓다니

- 아나스타시야는 다 알고 있었어요. 왜 왔는지 뭣 때문에 왔는지. 다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사람인 <<>>의 어두운 면과 대화하지 않았어요. 어두운 쪽은 그냥 무시하고 사람 각자의 마음에 있는 밝은 면하고만 소통을 했어요. 그렇게 우리 모두를 변화시켰어요. 난 학자입니다. 심리학 공부에 빠져있었죠.

- 잘난 학자 하나 났구만. 그렇게 뒷북을 칠 거면 자네의 학문은 뭐 하는데 쓸라구?

- 삶이 생의 사건들을 더 먼저, 더 정확히 펼쳐 놓으니 그렇게 되네요. 게다가 아나스타시야는 아니, 아나스타시야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가 조심스러워요. 다른 현상들도 마찬가지고요.

- 어떤 현상?

- 어찌 말해야 하나?... 어 그저 다 쓰러져가는 시골 노인네들 있죠. 그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쪽으로 다가와요. 왜소한 그 소녀가 회초리를 들고 맨 앞에서

- 오다니? 어디로?

- 우리한테로요. 거기 있었던 우리들 모두에게요. 난 나만 그러는 줄 알았어요. 눈을 감자마자 그들이 보여요. 때로는 아마 그 사람들 생각에 하지 않을 일을 하고 나면 그들이 또 나타나도 해요. 나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말해보니 거기 있었던 사람들 말이에요, 똑 같은 일이 벌어진대요.

- 아 그거야 당신들 생각에, 상상에서 그런 거지.

- 차이가 없어요. 그들을 보면 무조건 물러나야 하니까요.

- 기력이 없고 무장도 하지 않은 노인네들이 뭐가 무서운데? 뭐가 겁났소?

- 우리가 뭘 보고 겁을 먹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글쎄요, 스스로의 아마, 우리에게 모든 것이 허용되었는데 그 한계선을 넘었다고 할까?

- 무슨 선? 그런 철학을 가지고 살다간 머리가 터지겠군.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제때에 생각을 하고 행해야 하는 것 아냐?

- , 제때에 생각을 해야 우리 모두는 깊이 생각을 해야 해요

- 아나스타시야가 소녀 아이와 얘기를 나눈 후 그 애와 그 애 엄마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그러는데 그건 무슨 말이야? 시골 사람들의 운명도?

- 말씀드렸잖아요. 난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학자로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아나스타시야가 아뉴타의 삶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어요.

노인네들의 보호 하에 던져진 병든 어린 아이, 작은 여자 아이는 누추한 오두막집 구석에 가엾게 앉아 자기 엄마가 오길 기다렸죠. 사람들은 그 애한테 다짐을 했어요: 네 엄마는 올 거야. 너와 놀아주고, 선물도 사줄 거야 좋은 일을 한다 생각하며 그런 거짓말을 했지요. 한편, 그 애의 엄마는 도시에서 막막한 생활에 술꾼이 되어갔죠. 거짓말은 소녀의 기다림을 헛되이 할 수밖에요. 우리들도 살면서 위로부터 뭔가가 내려오길 종종 바라지요. 누군가가 와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요.

바로 그 때문에 맥없이 행동하거나 혹은 전혀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우리한테는 이미 모든 것이 충분 이상으로 주어졌고, 오히려 우리를 찾아올 사람을 선물로 맞아야 할 텐데 그 때문에 못 깨닫는 것이겠죠?

아나스타시야는 단순함과 진실로서 운명과 미래를 바꾸었어요.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단순한 사람의 말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니!

나는 녹음된 아나스타시야와 아뉴타의 대화를 여러 번 들었어요. 어느 누가 소녀와 그런 식으로 대화를 했다 해도 같은 효과가 나왔을 거에요. 그녀처럼 대화하는데 많은 게 필요하지도 않아요. 거짓말 안 하면 되요. 진실로 사람을 돕고자 하면 되요. 도우면 되요, 동정이 아니라. 인과응보의 업()에서 벗어날 필요가, 아니, 그보다 더 힘이 세야 되요. 왜소하고 병이 있는 소녀에 대해 업을 얘기하고, 어쩔 수 없음을 얘기하고, 그게 그녀의 운명임을 말할 수 있죠. 아나스타시야는 그 예정된 운명보다 더 강했어요. 그냥 거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어요. 모든 게 말로, 보통 우리가 하는 말로 됐으니까요. 말이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순간에 일정 순서에 따라 소리만 내면 그만이에요. 아나스타시야가 언급하는 사고의 순수함이 이 말들을 자동으로 일정 순서에 따라 늘어놓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말들이 효과를 발하고요.

- 아 그건 모두 다 자네의 이론이고 가정일 뿐이야. 말로 운명이 장차 바뀔지 아닐지는 실제 삶에서 두고 봐야겠지. 게다가 이 아이의 삶에 바뀔 게 뭐가 있겠나? 무슨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 기적이 일어났어요. 기적이란 모두 우리 안에 있었던 거에요.

- 어떤 기적이?

- 어린 아뉴타는 다시 프로그램되었어요. 자기와 자기 주변 사람들의 업을 다 꺾어 놓았어요.

- 꺾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지?

- 알아요. 얼마 시간이 지난 후 난 이 마을에 갔었어요. 아뉴타 라디오가 직직거린다니 내 라디오를 갖다 주려고요. 지붕에 안테나도 달아주고. 아뉴타 집으로 가는데 보도가 말끔이 보수되어있었어요. 전에는 다 썩었었는데 이제는 다 썩은 널판를 새 거로 교체했더라고요. 왠 일이야. 난 생각했죠.- 누가 이렇게 잘 해봤지?

내가 당도했을 때 아뉴타 할아버지는 난간에 앉아 물통에다 장화를 빨고 있었어요. 그와 인사를 나누고 방문 목적을 전했죠.

- 일이 그렇다면 안으로 들게. 신발은 벗어야 할 게야. 우리 집에선 법도가 새로 섰거든.

난간에서 난 신발을 벗었어요. 할아버지와 안으로 들었죠. 내부는 온통 다 시골식인데 아주 청결하고 안락했어요.

- 손녀 애가 우리 집에 새 질서를 세웠지. 노인이 말했어요.- 아주 오래 걸렸어. 마루 바닥을 닦고 전부 다 씻어냈지. 일주일 넘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엽이 감긴 사람처럼 말이야. 잠시 쉬고 또 시작이지. 나를 졸라대는 바람에 내가 벽을 하얗게 칠했어. 신발을 신은 채 집에 들어오면 바닥에 자국이 남잖아. 그 애는 바로 걸레를 가져가 바닥을 훔치는 거야. 그러니 자국을 아예 안 남기는 게 낫지. 실내화는 없어. 대신 낡은 덧신을 쓰고 있으니 이걸 신게. 좀 자리에 앉지.

 

난 탁자에 앉았어요. 탁자에는 낡긴 했지만 깨끗한 탁자보가 깔려있었죠. 닳아서 구멍이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어린 아이의 손이 할 수 있는 한 말끔하게 토끼모양의 헝겊 조각을 대고 꿰맸더군요. 탁자 한 가운데는 다면체의 유리컵이 놓여있었고, 그 속에는 네프킨 대신 공책 종이가 꽃잎처럼 단정히 꽂혀있었어요.

 

- 마을 미화사업을 시작했나 봅니다? ()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나무 보도(步道)를 다 고치고? 내가 노인한테 물었어요. 노인의 답은 이랬죠:

 

- 관에서 공사를 하는 게 아니야. 관이 우리까지 신경을 써?! 우리 손녀 아이가 수선을 떠는 거지.

- 아뉴트카가요? 보도를 수리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은가요? 널판의 무게가 꽤 나가는데.

- 무겁고 말고. 그럼 한번은 사냥을 나가면서,  아뉴트카를 좀 살펴달라고 이웃한테 부탁을 했지. 손녀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할아버지, 가서 일 보세요. 걱정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광에 있는 널판을 내가 톱으로 켜게만 해주세요

난 좀 놀랐지. 아이가 좋다면야 그렇게 놀고 있으라지 뭐, 난 생각했어. 널판을 나무 토막에 얹어주고 크고 작은 톱을 내준 다음 난 사냥을 나갔어. 나중에 이웃이 얘기하더군: 아뉴트카가 보도에서 썩은 널판을 떼어 냈어요. 끈으로 치수를 재서는 내가 그 아이한테 내준 널판을 그 치수대로 톱질을 하더래. 이웃 사람 말이 그래. 아뉴트카는 반나절이나 톱질을 해서는 결국은 해냈다는 거야. 그 널판을 인도로 끌고 나와서 썩은 것이 있던 자리에 끼워 맞추었대.

- 왜소하고 약한 몸으로 그것도 아이가 어떻게 무거운 널판을 끌어 옮겼을까요?

- 도우미가 나타났어. 벌써 두 달 전에 그 애는 주인을 잃은 암캐, 시베리아 라이카인데 그와 친구가 됐어. 우리 마을 저쪽 편에 살던 한 할멈이 세상을 떴지. 덩치가 황소만한 암캐만 홀로 남게 된 거야. 장례식부터 아뉴트카가 그 개를 연신 쓰다듬어주었지. 나중엔 먹을 것도 갖다 주고. 라이카는 처음에는 자기 집 마당을 뜨지 않았어.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노인은 혼자 살았거든. 아뉴트카는 몇 일 동안 개를 먹여 살렸지. 개가 아뉴트카를 따라 온 거야. 지금은 그 애를 한발짝도 안 떨어지려고 해. 이 늙은 개가 손녀 아이의 온갖 일을 거들어. 널판은 이 개가 끈 거고. 아뉴트카가 널판 한 쪽을 끈으로 묶어서 끄니까 이 덩치 큰 개는 다른 쪽을 이빨로 콱 물었대. 그렇게 같이 인도까지 끈 거야. 그리고 나서 아뉴트카가 이웃한테 못을 얻고 우리 집 망치를 가져다가 못으로 널판을 제자리에 고정시키려 했대. 그런데 잘 안 되는 거야. 옆집 사람이 보니, 아뉴트카 보도에 앉아 못을 박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지. 망치에 손을 찧어 피는 나오고. 개는 그 옆에 앉아 지켜보며 구슬프게 울고 있고. 이웃이 나와서 망치를 받아서는 널판을 못으로 박아 고정시켰지. 다음날 저녁 무렵 아뉴트카가 다시 개와 함께 나와서 널판을 끌어다가 인도에 난 구멍을 깁는 것을 이웃이 목격했대.

아뉴트카, 구멍을 전부 다 새 널판으로 못 박을 작정이냐? 그것 말고 여자아이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이웃이 물었대. 손녀가 이렇게 답했다는 거야: 집집마다 자기 집 주변의 보도에 구멍이 없도록 해야 해요. 꼭 그렇게 해야 해요, 아줌마. 안 그러면 손님이 찾아와서 보도를 걷다가 거기에 구멍이 난 걸 봐봐요, 손님이 기분이 상하잖아요. 우리 엄마가 오면 우중충한 인도를 보고 낙심할 거에요

이웃집 여자가 두 번째까지는 널판에 못을 박았지. 그 다음부터는 온 동네 사람들과 시끄럽게 싸웠어. 집집마다 다니며 모두에게 소리를 질러댄 거야: 자기 집 앞 보도는 자기가 고치세요. 당신들이 게으르고 칠칠맞으니까 어린애가 애쓰잖아요.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요. 손을 찧어서 피가 철철 난다고요

그렇게 해서 집집마다 자기 집 보도를 수리한 거야. 여편네가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걸 보지 않으려고.

- 손녀는 지금 어디 있죠? 내가 노인한테 물었어요.

- 페인트를 저 끝에 있는 오두막 집까지 끌어다 놓았는데, 아마 그 집에서, 로시느이 노인네 집에서 잘 거야. 그래 거기서 한 밤 묵을 수도

- 무슨 페인트를? 왜요?

- 보통 유성 페인트지. 선명한 오랜지 색. 그 애가 물고기를 주고 뱃사람들한테서 페인트와 바꿔. 손녀 아이한테 이젠 또 별난 취미가 하나 들어앉았거든.

- 별난 취미요?

- 집집마다 밝고 명랑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증기선이 들어오면, 그 저 왜, 잡은 고기를 모으는 배 말이오, 그 애가 물고기를 다 주고 페인트와 바꾸는 거에요. 그리고 페인트 통을 누구 집 가리지 않고 갖다 주는 거야. 그러면서 창문턱을 칠하라고 부탁을 하지. 그러면 또 노인들은 칠을 해요. 곧 내 차례까지 올 거야. 좋지 뭐. 칠 하지 뭐. 왜 안 해. 칠을 하면 오두막 집이 밖에서 볼 때 더 밝게 보이고, 더 좋을지 아나.

- 아이가 물고기는 어디서 나죠?

- 그 애가 잡아. 매일매일 두세 마리는 아침마다 잡아와. 더 잡는 날도 있구. 못 잡는 날이 없다니까. 물고기가 그 애 낚시에는 달라붙어. 나는 아침마다, 내가 척수신경근염이 있거든, 그래도 일어나서 해야 해. 할아버지, 일어나. 물고기 절여야지요. 상하기 전에 매일 아침 그래. 할아버지가 악의 없이 투덜댔어요.

- 그 애가 고기잡이 어구를 어떻게 다루죠? 혼자?

- 내가 말하잖아. 아뉴트카한테 도우미, 그 늙은 시베리아 라이카가 있다고. 늙은 암캐인데 영리해서 그 애 말을 잘 들어. 온갖 별 일에 도움을 준다니까. 아뉴트카는 바늘 다섯 개짜리 내 방울낚시를 가져다가는 바늘에 미끼를 입히고 개와 함께 저녁에 강으로 나가지. 거기엔 그 애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어. 낚싯줄 한 끝을 강변에 있는 말뚝에 묶고, 막대기에 낚싯줄을 감지. 헤엄쳐, 친구야, 헤엄쳐, 친구야 하고 소리를 치면, 개가 이 막대기를 입에 물고 헤엄을 치는 거야. 방울낚시도 마찬가지로 물고 들어가. 제자리에 도달하면 아뉴트카는 이렇게 말해: 이리 와, 친구야, 이리 와, 친구야 그러면 개는 막대기를 주둥이에서 뱉어 놓고 강가로 돌아 온다구.

자 이제 잠자리에 들지?!

 

노인은 뻬치카에 올랐어요. 난 목재의 긴 의자에 누었고요.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 마당에 나가보니: 저 아래 강변에서 아뉴트카가 고리를 잡고 방울낚시를 끌어당기고 있었어요. 황소 같은 시베리아 라이카가 그 애를 거들고 있었어요. 라이카는 고리를 입에 물고 사지에 단단히 힘을 주면서 뒷걸음치고 있었어요. 둘이 함께 큼직한 고기들을 끌어내고 있었죠.

아뉴트카는 맨발에다 자기 사이즈보다 세 치는 더 큼직한 고무 장화를 신고 있었어요. 잡은 고기가 강가에 다가오자 그 애는 뜰채를 집어 들고 고기를 건지러 뛰어들어갔어요. 라이카는 네 발에 힘을 주며 입에 고리를 물고 있었죠. 아뉴트카가 장화 높이보다 더 깊은 곳에 들어가자 물이 장화 목을 넘쳐 들어갔어요.

큼직한 세 마리 물고기를 강변으로 끌어내서 낚시에서 빼서는 자루에 담았죠. 자루를 베니어 합판에 싣고 끈을 잡아서는 같이 끌었어요.

아뉴트카 장화 속에는 물이 질퍽질퍽하여 걷기가 불편했어요. 그 애는 걸음을 멈추고 한쪽 장화를 벗고, 또 다른 쪽 장화를 벗고, 맨 발로 찬 땅에 서서 장화 속 물을 따라버렸어요. 축축한 장화를 다시 신고 자기 하던 일을 계속했어요.

그 아이가 라이카와 함께 아침의 어획물을 난간까지 끌고 왔을 때 아뉴트카의 얼굴을 보고 난 놀랐어요. 홍조로 불타는 뺨, 결의에 찬 눈 빛, 입술에 머금은 행복한 미소로 그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누렇게 뜬 창백한 얼굴의 여자 아이가 아니었죠. 아뉴트카는 할아버지를 깨웠어요. 그는 숨을 헐떡이며 뻬치카에서 기어 내려왔어요. 잠바를 걸치고, 칼과 소금을 가져다 물고기 배를 타러 나갔어요. 아뉴트카가 내게 차를 대접하는 동안 내가 물었죠. 왜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매일 고기를 잡냐고.

 

- 아저씨들이 배를 타고 와서 우리한테서 물고기를 가져가요. 나한테 돈을 줘요. 나는 집을 칠할 페인트가 필요하니까 갖다 달라고 부탁했어요. 가져와서 물고기와 바꿨어요. 옷을 지을 좋은 옷감도 가져왔어요. 내가 일주일 동안 잡은 고기를 모두 주고 바꿨어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아뉴트카는 멋진 비단을 꺼내 보였어요.

 

- 아냐(Ania), 이거면 몇 벌이고 충분하겠는데. 그렇게 많이 뭐 하려고? 내가 물었어요.

- 이건 내 거 아니에요. 엄마가 오시면 줄라고 준비하는 선물이에요. 예쁜 손수건도, 긴 목걸이도 선물할 거에요.

아뉴트카는 낡고 헌 가방에서 외제 스타킹이며, 진주목걸이, 화려한 꽃무늬 손수건을 꺼냈어요.

- 엄마가 내게 줄 선물을 사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라죠. 내가 엄마한테 다 사 줄 거에요. 엄마가 인생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할 거에요.

어린 아이가 자기 엄마한테 줄 선물을 신나게 꺼내 보이며 행복해 하는 걸 보니 나도 깨닫는 바가 있었죠:

완전히 무기력하고 불쌍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고대하던 존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뉴트카는 활기 있고 자신 있는 사람으로 변한 거에요. 일이 잘 되가니 그게 행복한 거고요. 아마 그 아이의 행복은 그 외에 또

난 이제 생각합니다. 각자의 행복은 각자의 내부에 있다고. 행복은 일정 수준의 깨달음에 있어요. 이 수준에 어떻게 이를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지만!

아나스타시야는 어린 아뉴트카를 도운 거지요.

아나스타시야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도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배워야 하지는 않을까

 

알렉산드르는 말을 멈췄다. 우리는 각기 자기 생각에 잠겼다.

난 반외투를 뒤집어 쓰고 통나무를 베고 휘영청한 북녘의 별들을 쳐다보았다. 하늘의 별들이 너무 가까워 내려와서 모닥불을 쬐는 듯 했다. 난 잠을 청했다.

두어 시간 자고 새벽녘이 되어 나는 알렉산드르와 모터보트로 갔다. 보트를 강변에서 밀어내기 전, 알렉산드르는 불현듯 내게 선언했다:

- 제 생각인데요 확신해요. 당신은 타이가에 갈 수 없어요. 아나스타시야를 못 찾을 거에요. 아무도, 당신도 못 찾아요.

- 그건 왜지?

- 아나스타시야는 떠났어요. 숲 깊은 곳으로. 떠나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당신은 가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타이가 행 준비가 안 돼 있어요. 게다가 글도 더 써야 하잖아요. 그녀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죠.

- 더 쓰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을 들어야 하네. 자녀교육, 종교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 누구도 이젠 그녀를 못 찾는다구요.

- 왜 못 찾는다, 못 찾는다 타령이야. 그녀의 빈터가 어디에 있는지 난 알아. 찾을 수 있어.

- 못 찾는다니까요. 자기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아나스타시야가 모를 리 없어요.

- 사냥은 또 무슨 사냥? 현지 사냥꾼들을 누가 또 매수하나 보지? 자네나 예고로비치러럼?

- 나와 예고로비치는 사람들이 그녀를 방해하지 않도록, 그녀를 긴장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설득이 안 되면 반대편 강가에 내려놓는 거에요. 현지 사냥꾼들은 매수할 수 없어요. 그들은 그들만의 도덕과 가치관이 있어요. 이들은 아나스타시야를 당신보다 먼저 알고 있었죠. 깊은 존경심으로 그녀를 대했어요. 자기들끼리도 조심조심 얘기했어요. 타이가에서 사냥꾼은 외부인을 꺼리죠. 사격 실력은 정확하고요.

- 그럼 누가 그녀를 사냥한다고?

- 우리를 오늘의 이 지경으로 만들게 한 자들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구요.

- 좀 구체적으로?

- 더 구체적인 거는 각자 스스로 밝혀야 해요.

- 그러니까 당신 누구 얘길 하는 거야? 보리스 모이세예비치 같은 사람?

- 그 사람은 단지 도구일 뿐이에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우리와 장난을 치는 거에요. 보리스 모이세예비치도 이 점을 깨닫기 시작했죠. 그 사람 뒤에 있던 자들도 또한 알아들은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