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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서양종 벌 친 소감

haanbs 2009. 9. 17. 09:02

독자님들;

 

아나스타시아 책을 읽으신 독자님은 아마도 "가원"에 대한 꿈을 꾸실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나시타시아는 가원에서 벌을 칠 것을 권합니다. 벌통 만들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3년 전부터 벌 치는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첫 해에는 아나스타시아의 자세한 설명을 꼼꼼히 따라가며 벌통을 제작하였습니다. 밤나무로 튼튼하고 묵직한(무게가 약 200킬로에 육박하는... 이전에 제가 이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놓았으니 참고바라며..) 벌통을 만들고 벌 가족을 들이고... 설탕이며 약제며 모두를 거부하고 자연 그래로의 상태로 놓아두었습니다. 서양종 벌인데도 벌집을 잘 짓고 잘 살았습니다. 꿀은 다음 해에 따는 게 좋다하여 한 번도 채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서 장수말벌(일명 왕탱이, 마라리 등으로 우리 동네에서는 불림)이 벌통을 완전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렇게 첫 해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두번 째 해에도 벌을 한 가족 받았습니다. 이웃집 아저씨네 꿀을 짜는데 가서 일손을 거들다가 입술에 벌침을 쏘여 아잡토(아프리카서 잡아온 토인)가 되며 얻은 가족입니다. 첫 해에 제작한 벌통에 들였더니 여름을 잘나고 벌통 안에서 폴폴 꿀 냄새를 풍기더니 어느 날 갑자기 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의아해하다가 어느 날 벌통을 처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벌통을 밤나무로 제작하고 모서리를 둔하게 무마하기 위해 덧댄 나무에서 큼짐큼직한 매미 애벌래가 나와 벌집을 다 들쑤셔놓았던 것입니다. 벌들이 견디다 못해 집을 버리고 나간 모양입니다.

 

올 해는 벌써 햇수로 3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간의 약간의 경험을 살려 과거와 달리 올 해에는 이른 봄(3월4일)에 서양종 벌을 3통 샀습니다. 벌통도 가원을 꾸미는 러시아 사람의 완전 자연양봉식 디자인을 따라 대폭 개선된 것을 만들었습니다. 단열까지도 고려해서 지었습니다. 올 봄에는 분봉이라는 것도 경험을 해보았고 3통 가져왔던 것이 7통까지 늘었습니다. 제가 러시아가고 없을 때 나온 분봉을 포함하면 아마 10통 이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올 해에도 설탕은 먹여본 적은 없고(처음 벌을 사왔을 때 꿀이 없어 긴급 링거를 설탕으로 맞힌 것 제외하고) 진드기 약제를 투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벌은 잘 컸습니다. 아카시아 꿀을 모을 때 열어보니 소비(꿀을 받기 위해 사각 나무틀 안에 철사를 몇 줄 걸고 그 위에 밀랍을 붙여 놓은 것)가 묵직한 게 꿀이 꽤나 보였습니다. 먹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그냥 다시 넣어두었습니다. 내년에 따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러던 것이 8월 25일이 지나자 장수말벌이 전투기 편대를 이루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나타나면 배드민톤 채로 때려 죽였습니다. 죽일수록 더 많은 말벌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나와 말벌의 전쟁은 장수말벌들의 완전한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내 벌통 7 가족은 완전 박살이 났고, 그 중 두 가족은 다른 곳으로 피신해 도망을 간 듯합니다. 자연의 힘을 나 혼자 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수말벌도 뭔가 아나스타시아가 말하는 소명이 있겠지요?

 

아 그리고, 아카시아가 꽃 필 때 모아 둔 꿀이 장마를 지나고 열어보니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동안에 모아둔 꿀을 벌들이 다 소비한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 해 봄에 딸 꿀이 남아날까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서양종 벌이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30-40년이 될런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을 완전히 했다고 보기 힘은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양종 벌을 양봉하려면,,, 꿀을 채집할 수 없는 무밀기에는 설탕을 먹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토종벌을 치면서도 설탕을 급여한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있습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는 이런 식으로 해야겠습니다.

우선, 토종벌로 바꿀 생각입니다. 설탕을 먹이지 않아도 꿀을 생산해 냅니다. 양은 물론 작습니다. 그리고 수천 수만년을 장수말벌과 공존했지만 아직도 스스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뭔가 방어 메카니즘이 있다는 얘긴데, 얼마 전에 보니 서양종 벌과 달리 토종벌은 장수말벌에 와락 한꺼번에 달려들어 공처럼 둘러 싼 다음 덥게 해서 열로 장수말벌을 물리치는 것을 비디오로 봤습니다.

 

벌통의 입구를 0.6~0.7센티미터 보다 약간 좁게 만들 생각입니다. 장수말벌의 대가리 크기가 이렇습니다. 조금 작게 만들어야 꿀벌만 통과하고 장수말벌은 입구에서 "닭 쫒던 개"가 되고 말겠지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구에 앉아 들고나는 벌을 다 물어 죽이거나 먹습니다. 꿀벌 죽은 시체가 수북히 싸입니다.

 

아나스타시아가 말한 벌통도 우리 토양에 맞게 일수 수정을 해야한다는 얘기인데요. 메그레 책 몇 권에서던가... 메그레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나네요. 일을 아나스타시아에만 다 맡기지 말고 우리들 스스로 검증을 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독자님은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시고 계시나요?

 

우선 관련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다른 의견외 정보 있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털이 북실북실...장수말벌

 

 

 독자님은 누구편을 드실래요?

 

 

게임 오바... 뒤둥구는 사체들.